최민화 작가는 술을 무척 좋아했다. 인터뷰 약속이 잡힌 날도 과음해 불그레한 얼굴로 나타났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는 “술 취해 돌아다니면 노숙자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술에 취하면 다 잃어버리기 때문에 핸드폰도 없고, 아무것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며 웃어버렸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있었다. 삭막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려면 어느 정도의 그늘은 드리워져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늘의 양이 상당했다. 그늘의 정체는 1980년대를 겪었던 시대의식과 앞으로 그려 낼 작품에 대한 소명의식이었다. 최민화 작가의 본명은 최철환(崔哲煥)이다. ‘민화’라는 이름은 ‘들꽃’ 혹은 ‘민중은 꽃’이라는 의미로 지은 예명이다. 최 작가는 민족미술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1987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