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우사랑 시민청 홍보 담당관 - 서울시민이 주인인 공간...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이동권 2024. 6. 28. 17:17



서울시가 문턱 높고 왠지 가기 꺼려지는 관공서를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시민이 서울시의 ‘주인’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곳 ‘시민청’이다. 시민청은 공연, 전시,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공간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4년 시민청을 철거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미래의 서울, 한강 모습을 보고 체험하는 전시장 서울갤러리를 개장한다.

 

서울시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다.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이 있고, 그곳들에서 실제 민족주의를 고취하거나 대한민국, 서울, 한강을 주제로 한 전시도 많이 열렸다. 그런데 서울시는 또 시민청을 없애고 서울시를 홍보하는 전시장을 연다고 한다.

 

나는 서울시가 시민청을 없애고 전시장을 만든다고 하니 ‘강제 애국심 고양’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기시감이 들었다.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110억 원을 들여 설치하려는 높이 100미터의 국기 게양대와 비슷한 시책 말이다.

 

서울 시민청은 2013년 서울시민들의 말을 잘 경청하겠다는 뜻에서 귀 모양의 현판을 내걸고 손님을 맞았다. 시민청이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사랑 서울문화재단 시민청 홍보담당관을 만나 시민청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시청이라는 공간은 왠지 딱딱한 느낌이다. 시민들은 민원, 봉사의 공간으로만 생각한다. 예전에는 업무를 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편안하지 않았다. 이곳을 문화, 휴식, 공연, 정책 참여의 장으로 만들어보았다. 시청에서 ‘청’자는 한자로 ‘관청청’(廳)자를 쓰지만 시민청의 ‘청’자는 ‘들을청’(聽)자를 쓴다. 시민의 소리를 잘 듣겠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우사랑 홍보담당관은 시민청이 어떤 공간이 되길 원할까?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결혼 기획도 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시민청은 그런 도움을 주고 싶다. 요즘 사람들 내 일 아니면 누가 더 해주길 원하고 결혼식도 패키지로 맡겨버리지 않느냐. 시민청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좋은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지하 1층 태평홀에서는 매주 결혼식이 열렸다. 시민청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의 신청을 인터넷으로 접수받아 매주 토요일마다 한 쌍에게 예식장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결혼식 프로그램은 중단됐고, 펜데믹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결혼식은 열리지 않았다.


시민청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층과 2층 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군기시유적전시실, 시민플라자, 소리갤러리, 시민청갤러리, 담벼락미디어, 활짝라운지, 청년활력소, 만남의 정원 등이 있다. 지하 2층에는 공연장 바스락홀, 동그라미 방, 워크숍룸, 태평홀 등이 들어섰다.

“시민청은 문화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곳이지 민원을 들어주는 곳이 아니다. 시민청에서는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 강좌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무료라는 장점도 있다. 아직까지 나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모두들 만족하신다.”

시민청에서 가장 특색 있는 곳은 지하 1층에 마련된 ‘군기시유적전시실’이다. 이곳에는 바닥을 구경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를 깔아놓거나 중간중간에 이동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는 신청사 건립과정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건물지, 호안석축 등 유구와 불랑기자포, 화살촉 등이 전시돼 있다.

우사랑 홍보담당관이 시민청 시설 중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곳은 바스락홀이다.

“시청 지하 ‘바스락홀’에서 시끌벅적한 콘서트가 열린다. 생각만으로도 특별한 일이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공연하며, 인디밴드 같은 전문가들도 공연한다.”

 

우사랑 시민청 홍보 담당관과 시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