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김성평 연기트레이너 - 배우 조련하는 ‘마이다스의 손’

이동권 2024. 6. 28. 16:56

김성평 연기트레이너


현대사회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내기 위해 시각적인 자극을 요구한다.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배우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예인도 직업이다. 자신만의 재능이 없으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 쉽게 얘기하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자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개성도 매우 중요하다. 예쁜 얼굴만 믿고 연기를 시작했다가 ‘발연기’로 혹평을 받은 스타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김성평 연기트레이닝센터 원장은 외모보다는 ‘자세’과 ‘매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인의 목표가 중요하다. 배우를 왜 하려고 하는지, 배우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지. 배우에 대한 만족도가 없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5~10년을 해도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얼굴만 가지고 캐스팅되는 시기도 지났다. 매력이 있어야 한다.”

김성평 원장은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한 뒤 다양한 연기자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김성평 연기트레이닝센터’를 열었다. 현재 그는 기획사의 가수와 연기자, 신인이나 기성 연기자들의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CJ E&M에서 연기 총괄 전속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한 명의 배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멘토는 ‘지도자’다. 지도자란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의 재능을 발굴하고, 그 재능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또 연예계에서 겪게 되는 고난이나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도 후원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원장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김 원장은 배우 못지않게 시크한 말투와 카리스마로 이 바닥에서는 제법 알려져 있다. 배우들을 트레이닝해서 그런지 스타일도 멋지고 센스가 넘친다. 재밌는 구석도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매너도 생활에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배우를 양성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다르게 가르치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배우들이 소극적인 자세에 빠지지 않도록, 즉 배우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힘을 실어 주려고 노력한다.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람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처음에 찾아오면 인터뷰를 한다. 왜 배우가 되려고 하는지 들어본다. 재능이 있는지, 요건이 되는지 살펴본 뒤 연기 테스트 후 선별한다. 1달에 50~60명이 오지만 5명 정도를 뽑고 있다. 가르치는 방법은 다 다르다. 발음이 안 되면 발음을, 발성이 안 되면 발성을, 음조나 톤이 이상하면 조정해 준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희로애락 중에서 가장 행복했거나 가장 아팠던 것을 이야기해서 극으로 만들어본다. 그 당시 하지 못했던 맘속 얘기도 해보도록 하면서 표현력을 길러준다. 순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바로 지적한다. 밝거나 웃음이 많은 친구는 진지하게, 어두운 친구는 밝도록 해준다.”

재능은 하늘이 부여한다. 그것을 잘 살리는 것이 바로 사람이 태어나서 할 일이겠다. 하지만 재능이 쉽게 눈에 띄는 경우는 드물다. 또 재능만 있다고 모든 게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길로 잘 갈 수 있도록 트레이닝받고, 자신도 갖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도 찾게 된다. 이처럼 김성평 원장이 연기를 가르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능을 가진 친구들,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뭔가를 찾도록 돕는 것이다.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재능이 있으면 빠르다. 찰리채플린은 한 번 웃기기 위해 천 번을 연습했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재능이 없으면 오래 걸린다. 재능이 있는 친구는 하나를 알려주면 다른 것을 창조한다. 의외성이 있다. 나는 그것을 끄집어내도록 트레이닝한다. 배우는 자신을 알아야 변신이 가능하다. 현실에서는 착하게 살고 있지만 자신 안에 내재된 악한 부분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친구가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을 안다. ”

김 원장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디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서 연기자로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를 하려면 용감해야 한다. 나이가 차면서 단념하는 친구들이 있다. 돈도 벌어야하고 장가도 가야 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배고픔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연습실에서 하는 것과 사회에 나와서 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연기하는 친구들도 있다.”

막상 배우가 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까 먹먹한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수록 더욱 위축되는 자신도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는 게 좋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문을 구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빠르다. 그러면 예상보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도 한다. 그에게도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했다.

“연기학원에 다니는 것도 좋다. 극단도 좋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학교에 가는 게 좋다. 기본이 탄탄해진다. 연기에 대한 이론, 실기를 겸비할 수 있다. 학교에 다니면서 공연도 하고, 영화도 찍을 수 있다. 또 학교에 다니면 잘 나가는, 잘된 친구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멘토를 잘 만나야 한다.

김성평 원장의 꿈은 원래 배우였다. 그래서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했고, 연극과 영화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IMF가 오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봤다. 이후 그는 연기트레이너의 길을 걸었다. 10대 명품연기자와 20대 한류스타가 될 연기자, 신인인데 괜찮다고 생각되는 배우 중 70%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아는 게 연기 밖에 없다. 배우도 좋지만 트레이너를 하면서도 다른 즐거움을 발견한다. 지금 내 꿈은 배우들의 멘토다.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

배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하는 직업이다. 또 독불장군처럼 혼자 일할 수 없다. 여러 배우들, 스텝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먼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여러 배우를 키웠고, 또 이 바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인간성이 중요하다. 본인이 존경받으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또 모르는 게 창피한 것이 아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나중에 알게 되면 얘기하면 된다. 그리고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부모님, 친구, 선생님. 혼자가 아니라 같이해야 하는 직업이다. 다른 사람이 잘하는 점을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는 자식을 배우로 만들겠다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부모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배우를 꿈꾸는 자식들을 묵묵하게 지원해 주는 부모도 있지만 재능이 없는데도 배우를 시키겠다고 안달이 난 부모도 분명 있다.

“대리만족이다. 자신의 꿈을 아이들한테 풀려는 부모가 있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신나게 즐기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 된다고 야단치는 부모님들이다. 아이들이 원할 때 해줬으면 좋겠다. 우는 연기를 할 때 울지 않는다고 아이를 꼬집는 부모도 있었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힘이 들 때 옆에서 때론 위로하고 격려하며, 때론 더욱 혹독하게 채찍질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배우가 되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다. 그런 의지가 있을수록 괴로움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빠르고, 성공의 길도 가깝다. 자신을 직시하고, 주위의 사람을 믿고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 주위에 김성평 원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