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타인의 삶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반추해 보는가, 아니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시해 버리는가. 특히 타인의 슬픔을 볼 때 어떠한가? 혀를 끌끌 차고 마는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누는가.
오스트리아 사진작가 게하르드 그로스(Gerhard Gross)는 인간에 얽힌 갖가지 일상과 현상을 훑어보면서 삶의 고뇌나 흔적들을 탐구한다.
게하르트 그로스의 작품을 보면 끈질긴 예술적 탐구가 지닌 ‘힘’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과 노동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 감흥을 한층 더 높인다. 그의 작품은 또 우리가 일상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나 쉽게 넘어가버렸던 것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통해서 자신과 마주하는 경험을 주선한다.
그의 작품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에게서 하나의 대상을 오랜 시간 동안 포착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예술가적 솜씨가 느껴진다. 사진 한 장이 가지는 의미보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의미, 전시 전체가 가지고 의미를 느끼게 한다.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본 사람들의 삶은 다르다. 단순한 자기반성의 시간이 아니라 깊은 사색으로부터 ‘자위적 공포’까지 겪어보는 시간이다. 이를테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혹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같은 종류의 물음들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다. 이런 문답을 나누다 보면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반대로 삶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왜 필사적으로 진리를 탐구해야 하는지, 아름답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고 살다보면 일하고, 돈 벌고, 건강을 이유로 엄살을 떨면서 일상을 보내고 만다. 가족의 안위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이기적인 관계를 쌓아가고, 또 적당히 대처하고, 적당히 미화하고, 적당히 인정을 받으며 사는 것을 ‘요령’처럼 안다.
물론 ‘그런 게 삶이 아니냐’고, ‘사는 게 뭐 대단한 것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성찰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한다. 하지만 자신과의 대화는 먹고 사는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신을 되돌아볼 마음만 있다면 바쁜 삶 가운데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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