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하다. 가을이다. 한 해의 결실을 슬슬 마무리해 거둘 시기다. 그런데 왠지 가을이 되면 가슴에 쓸쓸함이 스며들고, 쓸쓸함은 일상의 덫이 돼 갖가지 상념을 부른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느 누구도 곁에 없는 것 같은 절망감, 무엇 하나도 해놓지 않은 것 같은 공허감,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가늠할 수 없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 같은 것이 울적한 심정으로 전이돼서다.그럴수록 책을 많이 읽게 된다. 기묘한 현실 앞에 자신을 추스르게 하는 매개는 책이 최고다. 책은 진지한 사유의 길로 가서 담백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다. 물론 책이 너그럽지만은 않다. 좋은 책은 숯불처럼 서서히, 마음속에 지펴지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살다 보면 점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된다. 꼭 그것이 맞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