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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의 코믹 안티 레드 풍자극 ‘간첩사냥’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간첩 잡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고 코믹하게 담은 안티 레드 풍자극 ‘간첩사냥’이 2월 개봉한다. 이 영화는 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려는 ‘민서’와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에 사로잡힌 ‘장수’가 동맹을 맺고 간첩을 잡는 이야기다.
[전시] 공연예술계 빛낼 새로운 100인 소개하는 전시 ‘NEXT I’ 신진 공연예술인을 소개하는 전시 ‘NEXT I’가 2월 22일까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1층에서 열린다. 관람객은 공연예술계 새로운 100인의 얼굴과 함께 이들의 활동 정보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신진 공연예술인을 대상으로 프로필 사진 촬영과 온오프라인 홍보를 지원하는 2025년 서울예술인 활동기반 지원사업의 결과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대 프로그램으로 선배 예술가와 만나보는 ‘NEXT I : 먼저 걷는 사람’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에는 배우 박상원이 참여한다.
[영화] 가족의 무게 끌어안고 성인이 되가는 소년의 성장기 ‘겨울의 빛’ 2월 4일 개봉 가족의 무게를 짊어진 채 어른이 되기를 잠시 유예한 열여덟 소년의 겨울나기 ‘겨울의 빛’이 2월 4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모두가 한 번쯤 겪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저마다의 겨울을 소환하며 고요하고 따뜻한 한줄기 위로를 건넨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애증과 책임을 과장 없이 드러내고 응시하며, 이해와 공감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현서 감독의 장편 데뷔작.
02. 조국 땅을 밟고 머금은 눈물, 전쟁 피해 도착한 고려인 마을 일본은 1932년 식민지 만주국을 세우고 수도를 장춘시로 정한 뒤 조선인과 중국인을 차별적으로 통치했다. 1938년에는 국가총동원법을 시행해 강제로 군대와 공장 등에 동원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큰아들, 창주는 일제의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전쟁터에 끌려가면 일본군 총알받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정수는 창주에게 상해로 건너가 숨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 창주가 없어지면 집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초를 겪었다. 이정수 본인이 창주 대신 전쟁터에 끌려갈 수도 있었다. 이정수는 충혈된 눈으로 연주를 바라보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듯했다. 이정수의 아내는 답답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삐죽거리며 명령조로 연주에게 말했다. “니가 형 대신 일본군 하면 안 되겠니..
[영화]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사랑, 장편 애니메이션 ‘광장’ 1월 15일 개봉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편 애니메이션 ‘광장’이 1월 15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본국으로 떠나야만 하는 서기관 ‘보리’, 함께하는 미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복주’, 그런 두 사람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통역관 ‘명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광장’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전 세계 25개 영화제에서 초청 받고, 8관왕에 등극하면서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책] 소외된 이들이 사는 산동네 이야기, 명희진의 장편소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명희진의 장편소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이 출간됐다. 명희진은 송하경이라는 필명으로 제1회 민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1980년대 후반 재개발 폭풍 속에 휘말린 산동네가 배경이다. 서울올림픽 개최 이면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이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지난 장마로 화장실이 무너진 산동네 꼭대기 집에 살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인 ‘나’와 ‘수현’이다. 낮을 관리하는 ‘나’와 밤을 지배하는 수현은 서로가 놓친 시간을 이어 가며 산동네의 풍경을 기록한다. 아이들은 철거의 위협이 일상이 된 골목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는 이웃들을 목격한다. 폐병을 앓으며 시간을 죽이는 ‘철학자’부터 온도계 공장과 봉제 공장에..
올바른 세배, 어떻게 해야 할까? 민족 대 명절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이 되면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부모님을 비롯해 가까운 친척, 어르신을 만나 세배를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고유 풍습이다. 하지만 새해 인사를 할 때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나 인사말로 도리어 웃어른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웃어른이 세배 온 아랫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있다.그럼, 어떤 세해 인사가 올바른 것일까? 새해 인사할 때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국립국어원의 조언을 통해 꼼꼼하게 알아보도록 하자.우선 새해 인사를 할 때는 절을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웃어른께 '절 받으세요.'라고 하거나 서 있는 웃어른께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예의가 아니다.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앉아 있으면 앉아 있는대로 만나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세배..
에필로그 - 가을에 취하다 오랜만에 낡은 나무의자에 앉았다. 창밖에는 달이 걸려 있었고, 바람이 얇은 커튼을 흔들었다.나는 잔을 채웠다. 잔 속에는 술과 함께 가을이 담겨 있었다. 코스모스의 연약함, 해바라기의 끝, 억새의 흔들림, 단풍의 불빛, 낙엽의 바스락임, 은행나무의 고요, 국화의 향기. 그 모든 것이 이 한 잔 안에 있었다. 나는 술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깨달았다. 가을이란 ‘기억의 계절’, 꽃과 나무가 남기는 색이 아니라 사람이 마음에 남긴 향이 가득한 ‘만취의 계절’이라는 사실을.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오래도록 눈을 감고 있었다. 가을은 그렇게 그의 안에서 천천히 잠들어갔다. 가을을 사랑했던 남자, 가을에 취했던 남자. 나는 이제 가을을 보내며 뇌리에 박힌 여러 장면들을 이 책에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
13. 만추, 겨울 길목에서 낙엽이 바람에 휩쓸려 차창 위로 쌓였다. 나는 그것을 걷어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두었다. 그 낙엽들이 마치 오랜 세월의 잔재 같아서다. 인생도 결국 자신이 흩어질 자리를 찾아가는 거다. 날이 몹시 추웠던 어느 가을날.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단풍이 고개를 세운 채 븕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단풍을 보면서 술을 천천히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따스함이 꼭 붉은 빛과 섞이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을의 끝에는 결국 낙엽이 남는구나. 스러지는 법을 아는 것들이 마지막에.” 꽃잎이 다 지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얼음 냄새가 났다. 비에 젖은 땅, 낙엽이 썩어가는 냄새를 뚫고 생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향기. 나는 그것을 ‘익음’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가..
12. 겹겹이 쌓이는 환희 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늦가을. 밤하늘이 검게 내려앉으면 사람들은 한강 둔치에 모인다. 기대와 설렘이 묻어난 얼굴로 손에는 간식과 담요,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숨을 죽인다. 첫 불꽃이 터질 때를 기다리며. 작은 빛이 어둠 속에서 폭발하며 퍼지면 그 순간 하늘은 온통 색으로 가득 찬다. 붉고, 노랗고, 파랗고, 녹색의 빛이 번지고, 그 빛은 금세 사라지지만, 마음 속에는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다. 불꽃놀이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그 속에는 순간의 감동과 사람의 마음이 겹겹이 쌓인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를 잡고, 노인들은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듯 조용히 웃는다. 짧은 폭발 속에서 느낀 감동, 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울리는 마음의 떨림, 그 모든 것이 가슴..
11. 입안으로 들어오는 계절, 김장 가을이 깊어지면, 집 안은 늘 분주해진다. 무거운 배추가 쌓인 포대. 굵은 무와 갓, 마늘과 고춧가루가 들어 있는 바구니들. 그 모든 것이 곧 한 계절을 담은 향기와 색으로 집 안으로 들어온다. 김장은 단순한 저장의 행위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시간을 붙잡아 두려는 마음,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정성 그리고 지나온 계절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아름다운 김장떼
10. 잊힌 사람들이 떠오르는 날 세상은 갑자기 밝아진다. 거리를 가득 채운 설렘, 반짝이는 시골집의 등불, TV에서 방송되는 익숙한 명화. 그런 풍경 속에서 괜히 마음이 들뜨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거기 아쿠아리움에서마저도. ‘아! 가을에는 한가위가 있지!’ 한가위에는 미소가 번지지만 동시에 가슴 한편이 무겁다. 자리에 앉아 잔을 가득 채운다. 자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술잔 속에서 한꺼번에 떠오른다.잊을 수 없는 슬픔의 순간까지 모두. 명절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쓸쓸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시간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기쁨도, 쓸쓸함도 한꺼번에 입안에서 섞여 조금은 견딜 만한 시간으로 변한다.
09. 비움을 위한 인고의 시간 잎은 말라붙고, 꽃잎은 시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꽃대를 손끝으로 살짝 건드렸다. 꽃잎 하나가 바닥에 뚝 떨어졌다.그때 예쁜 벌이 날아와 앉아 마지막 꿀을 빨아들였다.행여나 쫙 벌어진 꽃봉오리가 뚝 떨어질까 봐. 남김없이 마시고 나면, 비로소 빈 잔 속에 제 얼굴이 비친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들이 바람에 날렸다. 하지만 이미 떨어져 길을 덮은 은행잎은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부서졌다. 가을의 끝은 단정함일까?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는 인내의 시간. 비바람에 은행나무 줄기가 꺾였다. 나는 그제야 곁에 있었던 은행나무를 발견했다. 사람도 그렇다. 비바람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흔들리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은행나무가 고개를 숙였다. 꽃잎들이 바람에 흔들..
08. 풍채 좋은 중년 것들 햇빛을 반사하는 붉은 빛. 김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말라가는 고추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열정도 결국 마지막에는 익고 익어 노화되는 거야.” 고추 말리는 농심. 한때 태양을 바라보며 거만하게 굴던 밤송이도 얼마 후면 몸이 반쪽으로 갈라지며 자기 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는 그 모습에서 중년의 나이에 이른 나를 본다.
07. 빗물마저 익어 가는 가을 며칠째 비가 내렸다. 안개에 가까운, 가늘고 부드러운 가랑비가 거리를 적셨다. 국화는 그 물기 가운데서도 향기를 내뿜었다. 나는 국화꽃 앞에서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자주 잔을 들었다. 바람이 한결 서늘해지고, 나무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지닌 채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릴 즈음이면 내 손끝에는 언제나 투명한 잔이 놓여 있었다. 술이든 가을이든 둘 다 시간이 익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비에 젖은 노란 낙엽을 보면서 가슴이 적적했던 걸까? 비둘기는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잠시 멈춰 서곤 했다. 나도 술기운이 노랗고 축축하게 마음을 뒤흔들어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06. 결실을 맺는 인고의 시간 가을이 깊어갈수록 세상의 빛은 요란스럽다. 단풍은 노랗고, 검붉게 변하며 세상에 스며든다. 낙엽은 발자국 아래 부서지며 인고의 소리를 냈다. 가을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몸빛. 가을의 끝에는 결실이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마시던 술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은 쓸쓸히 흘러가는 것 같지만 값진 맛을 낸다. 가을 끝에는 하늘도 핀다. 찬바람에도 움츠려들지 않고, 묵묵히 마지막 빛깔을 발산한다. 가을이라는 계절. 바람과 냄새 그리고 햇빛과 함께한 것은 삶의 빈 공간을 채운 인간의 지혜였다. 바람이 옷자락을 스쳤다. 가을은 바람을 느껴야만 제 몸을 드러낸다. 느끼지 않으면, 가을은 그저 잿빛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노동 현장은 하늘에 더 가까이 있다.
05. 은빛으로 대지를 물들이는 억새 시간이 흐를수록 가을은 점점 더 짙어졌다. 강가 언덕에 서 있던 억새들이 햇빛을 머금고 은빛으로 반짝였다. 투명하게 흔들리는 술잔처럼. 억새의 흔들림을 보면서 오래전 가을의 기억을 떠올렸다. 젊은 시절 사랑하던 사람과 억새밭을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날. 그날의 바람은 아직도 내 머리카락 사이를 스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릿속은 점점 조용해졌다. 이름은 잊혔지만억새의 향기만큼은 잊히지 않았다. 가을 억새는 어둠 속에서도 흰빛으로 피어나며 나를 물들인다. 나는 작은 술병을 들고 억새밭을 걸었다. 술을 마시려는 것도, 기억해내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 순간 무언가와 함께 있고 싶었다. 한 잔, 두 잔. 천천히 술을 마였다. 입안에 남는 알싸한 술 향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가슴께에서 ..
04. 얼근하게 취해 가는 나뭇잎 붉은빛, 주황빛, 은빛이 서로 뒤섞여 번지는 풍경은 마치 잔 속에서 퍼져가는 알코올의 향기처럼 아찔하다. “가을의 취기란 이런 거지.” 나뭇잎이 떨어져 흙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내 열정도 술잔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무심히 변색해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홀짝홀짝 술을 한 모금씩 마셨다. 낙엽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산길을 걸을 때마다 발끝이 바스락거렸고, 그 소리는 술잔에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단풍잎 하나를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 얇고 가벼운 잎 하나에, 계절의 무게가 고스란히 얹혀 있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길을 걸을 때면 꼭 술에 취한 듯한 착각을 느꼈다. 낙옆에 반사되는 빛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쓸쓸했다. 마..
[영화] 故 안성기 배우 대표작 10편 상영하는 온라인 추모전 故 안성기 배우의 영화와 다큐를 상영하는 온라인 추모전이 한국영상자료원 유투브 채널에서 열린다.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에서는 안성기 배우의 대표 출연작 10편을 공개한다. 상영작은 ‘만다라’(1981),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81), ‘꼬방동네 사람들’(1982), ‘고래사냥’(1984),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개그맨’(1988), ‘성공시대’(1988), ‘남부군’(1990), ‘태백산맥’(1994), ‘축제’(1996)다. 유튜브 ‘한국고전영화’ 채널 바로가기 아울러 유튜브 ‘한국영상자료원’ 채널은 비디오 에세이 ‘기쁜 우리 젊은 날 그리고 안성기’를 선보인다. 고 안성기 배우는 1957년 아역 배우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수십 년간 한국영화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한..
03. 언젠가는 고개 숙일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여름의 화신이다. 강렬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태양을 닮은 모습으로 마지막 여름을 불태우려 하지만 머지않아 곧 고개를 떨굴 것이다. 나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누구나 같은 시간을 품고 산다. 나에게 가을이 오면 해바라기에게도 가을이 온다. 시간을 이길 장사는 없다. 술 한 잔에 생각이 많아지고, 기억 속의 얼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아! 내 마음속의 가을인가!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려고 한다. 한여름의 정열을 다 쏟아낸 해바라기가 이제는 황금빛 머리를 조금씩 떨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꼭 술에 취해 고개를 숙이는 사람처럼 보여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해바라기도 나처럼 점점 취해가는 구나.’
02. 술잔 가득 코스모스 담금주를 부어 놓고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에 춤쳤다. 코스모스는 마치 누군가의 웃음처럼 가볍게 흔들리며 저마다의 찬란한 빛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나는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술잔을 들었다. 얇은 잔 속의 술빛이 마치 저 코스모스의 자줏빛과 섞이는 듯했다. 나는 혼잣말을 했다. “코스모스 담금주는 눈으로 마시는 거야.” 잔 속의 술은 차가웠지만 술을 마시는 나의 가슴속은 따뜻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술의 맛은 결국 가을의 맛. 가을이 무르익는다는 건, 결국 취해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시간에, 기억에, 세상에, 감정에 천천히 젖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술잔을 비웠다. 술잔 바닥에는 꽃잎이 겹겹히 쌓여 있었다. 나는 꽃 향기를 마시듯 술잔을 코끝에 대며 조용히 말했다. “가을이 내 안에 다 들어오는구나!”
01. 어김없이 술과 키스하는 계절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잎처럼 술은 가벼워야 해. 가을이 오고 겨울로 가는 길목이 이르면 술이 더 당긴다. 여름의 뜨거운 숨결이 가라앉고, 공기 속에 서늘한 바람이 섞이며 얼음 결정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술과 키스한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술에 담긴 계절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라는핑계를 준비하고서 그냥
프롤로그 - 만추가 아닌 만취, 가을에 취하다 ‘심곡파출소’ 코너에 비틀거리며 들어오던 한 여자. 치마는 구겨지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두 볼은 불그죽죽하고, 입가에는 이상한 웃음이 걸려 있는 개그우먼 가을이. 그녀는 매번 같은 대사를 외쳤다. “아! 가을이었다!” 이 대사는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묘한 진심이 있었다. 웃음보다 더 오래 남는 외로움. 서늘하고, 허전한 고독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그녀의 비틀거림은 낙엽의 흔들림 같았고, 그녀의 웃음에는 가을바람의 소슬함이 섞여 있었다. 가을은 개그우먼 가을이처럼 늘 그렇게 취한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로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모든 것을 아름답게 물들이다가 결국엔 영영 사라져 버린다.나는 술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을 핑계 삼아 ..
주피터(JUPITR)는 무엇인가? 주피터(JUPITR)는 주한미군의 생화학무기 실험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영어로 Joint 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연합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의 약어이다. 미군은 ‘주피터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2013년부터 미군 오산기지에서 탄저균 생화학전 야외 실험을 실시했다. 국방부가 탄저균 샘플이 무려 16차례나 한국에 배달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었지만 미군은 주피터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고 계속 추진했다. 탄저균은 탄저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생물학무기다. 흙 속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길이 4-8㎛, 너비 1-1.5㎛이다. 탄저(Anthrax)는 그리스어로 석탄을 뜻하며 피부에 생기는 검은 반 점을 가르킨다.
[전시] 생성(生成)의 회화, 임효 작가 ‘連時(연시) ~ 시간을 잇다’전 전통 재료를 기반으로 현대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임효 작가의 ‘連時(연시) ~ 시간을 잇다’전이 1월 8일부터 2월 1일까지 HB 갤러리에서 열린다. 임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2022년 여름 수해로 작업실과 다수의 작품이 침수된 이후 3년여 만에 한층 단단해진 작품세계를 대중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임효 예술의 핵심 개념인 ‘생성(生成)의 회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임효 작가는 물이 스며들고 마르는 시간, 먹의 번짐과 응고, 작가의 신체적 행위를 중첩하며 자연의 생장 구조나 지형도를 연상시키는 생명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프롤로그 - 내게 찾아온 변화, 다른 일상을 시작하며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오래전부터 예견한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닥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50대에 은퇴 비슷한 은퇴를 맞았다. 그러나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문턱이다. 우선 오랫동안 기자로서 활동했던 삶을 정리한다. 일선에서 물러서면 자연스레 현실정치와도 거리를 두게 될 것 같다. 내 뒤를 후배들이 채우는 일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대신 책방 일을 시작한다. 손님을 맞이하고, 서가를 정리하며, 커피를 내리는 하루가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소소하지만 바쁘게 흘러갈 그 시간들 속에서 개인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겠다.책방 일과 더불어 편집자로서 책을 엮는 일은 계속한다. 일종의 프리랜서 일인 셈이다. 해마다 네 권 이상의 좋은 책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
[전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 김진 ‘거인의 식탁 Feast of the Giant’전 일상에 너무 익숙해져 더는 보지 못하게 된 현대 사회의 속성을 전면에 드러내온 김진 작가의 ‘거인의 식탁 Feast of the Giant’전이 2025년 12월 17일부터 2026년 1월 9일까지 갤러리 플래닛에서 열린다.이번 전시에는 김진 작가의 와 시리즈가 함께 선보인다. 시리즈는 사물의 외관을 과도한 빛과 조명으로 치밀하게 해체한다. 소비사회의 가벼운 표면을 이루는 상품의 이미지를 핑크빛 부피로 채우고, 낯설게 재조합하면서 권력적 서사와 욕망의 설계에 의해 직조돼 온 현대 사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리즈는 음식과 몸을 둘러싸고 구축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조명한다. 폭력이나 착취가 그럴 듯한 명분으로 끊임없이 조율되고 재편성되는 연속성을 포착해 자본과 권력, 생태의 불균형을 시각적으로 해부한..
[영화] 국내 최대 독립영화 축제 ‘서울독립영화제2025’ 국내 최대 독립영화 축제, ‘서울독립영화제2025’가 11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CGV압구정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다. 서울독립영화제2025에서는 총 16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아울러 영화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포럼’를 비롯해 ‘창작자의 작업실’,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 ‘시네토크’,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상영작 소개와 상영 시간표, 티켓 예매는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독립영화제2025 개막작] 무관한 당신들에게
[책] 독립운동가 김산의 광둥 시절 3년 『김산 따라 아리랑로드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독립운동가 김산의 광둥 시절 3년을 기록한 책 『김산 따라 아리랑로드로』를 출간했다. 이 책의 저자 김영범 대구대 명예교수는 의열단, 조선의용대 등 의열투쟁을 비롯한 독립운동사 연구에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온 사회학자다. 김 교수는 독립운동가 김산의 ‘광둥 시절’을 실제와 최대한 가깝게 재구성하면서 순차대로 복원했다.1부 ‘김산과 광저우 봉기’는 김산의 ‘광둥 시절’의 배경이 되는 중국 국민혁명의 소용돌이 속 국공합작과 분열의 시기, 광저우 봉기와 의열단의 기의 가담에 대한 사건사적 배경과 『아리랑 로드』의 이야기를 엮어 김산의 행적을 다룬다.2부 ‘100년 후의 옛길과 격정의 흔적들’은 광저우 시내의 황포군관학교 유지와 광저우기의 기념관부터 김산이 퇴각했던 화현, 룽먼을 거쳐 하이루펑의..
[영화] 서스펜스와 블랙코미디로 버무린 가족 이야기 ‘고당도’ 12월 10일 개봉 개성파 배우들의 고농축 열연과 고밀도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영화 ‘고당도’가 12월 10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핏줄로 엮인 ‘가족’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몰입감 넘치는 서스펜스와 블랙코미디로 버무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