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준 배우를 만났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변요한의 조카 와키자카 사헤에로 분한 이서준이 아니다. 꽃미남천국이라고 불린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한 배우 이서준이었다.
이서준은 드라마에서 뚜렷한 이목구비와 서글서글한 인상, 따뜻한 성품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소식이 뜸하다. 2021년 ‘너라는 별’과 ‘오늘 달이 참 예쁘다고’로 잠시 가수로 활동하긴 했는데, 지금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영화배우 소피아로렌은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움은 마음으로 느껴지고 눈빛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서준에게는 그것이 느껴졌다. 훤칠한 외모, 소위 ‘조각미남’ 계보를 잇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선한 마음씨. 내부에서 비롯된 마음과 생각이 그의 외모를 한층 더 살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준의 어렸을 때 꿈은 수학선생님이었다. 숫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은 자연스럽게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연기자를 꿈꿨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독일의 유태인 말살정책에 핍박받은 사람들이 불행한 현실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봤어요. 어린 나이였는데, 감상에 젖어 펑펑 울어버렸지요. 로베르토 베니니의 연기를 보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울었던 것처럼.”
하지만 이서준이 꿈을 이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그중 부모님의 반대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연예인이 되는 것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일종의 불안감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예술고등학교에 가려고 했는데 허락해주지 않으셨죠. 그래서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부모님께 진지하게 얘기했습니다. 한 번 배워보고 싶다고요. 결국 부모님께서 진지한 제 모습을 보고 믿어주셨어요.”
이서준은 연기를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쳤다. 연기력을 키우는 문제였다. 섭외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면서 열심히 연기를 준비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하냐”는 질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민을 키우지 않고 훌훌 털어버렸다. 첫 숟가락부터 배부를 수 없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면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자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거든요.”
이서준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CF출연, 의류모델 등은 해봤지만 드라마 출연은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처음이었다.
“대기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어떤 때는 아무것도 못하죠. 제가 들어가는 장면이 3개인데, 스케줄이 아침, 점심, 저녁에 잡혀요. 그럼 꼼짝없이 대기해야 해요. 주인공을 맡은 친구들처럼 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만 대우하거든요. 저도 다음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역할을 해야죠.”
이서준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던 것은 연기에 대한 집착이다. 꼭 성공해야겠다는 의지가 말끝마나 묻어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함께 연기했던 친한 친구가 있었어요. 제가 영화 미팅을 가서 핸드폰을 끄고 있었는데 문자가 하나 와 있더라고요. 병원에서 온 문자였어요. 친구가 안치됐다는 문자. 너무 당황스러웠죠. 일산에서 미팅을 마치고 가는데 정신을 놨어요. 혼가 걸어가면서 펑펑 울어버렸죠. 연기자가 꿈인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못다 이룬 꿈을 제가 이룰 거예요.”
이서준의 롤모델은 배우 고수다. 이서준이 처음 시청자들에게 알려진 것도 배우 고수를 닮은 외모 때문이었다.
“고수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 대학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외모도 좋지만 연기도 잘하시잖아요. 외모도 훌륭한데 연기도 잘한다는 소릴 듣고 싶어요. 돈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지금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이서준에게는 훌륭한 연기자가 되고 싶은 욕심 이외에도, 삶을 살아가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며 사는 일이다.
“아이들을 좋아해요. 크리스마스날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갔어요. 의무적인 게 아니라 그냥 돕고 싶었죠.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이 너무 밝았어요. 그런데 내면에 있는 슬픔이 느껴지더군요. 함께 놀아주고 선물도 사줬는데, 가려고 하니까 발목을 잡고 ‘형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 이 아이들이 버려졌는지. 시간과 금전이 여유가 생기면 자주 찾아가고 싶어요.”
이서준은 1991년생이다. 곧 있으면 생일이다. 6월 22일. 생일이 지나면 올해 33살이 된다. 언제쯤 그의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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