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계엄 넋두리,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글도 못 썼던 두 달

이동권 2025. 2. 7. 17:56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는 윤석열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이 홈페이지 운영을 두어 달 방치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그 미친 계엄 때문이었습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신경이 너무 예민해졌습니다.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에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11월부터 여러 업무가 겹치고 스폿으로 마감해야 할 원고가 들어와도 마음만은 넉넉했습니다. 일상을 즐길 여유 없이 바쁘게 지내도 삶의 활기만은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계엄 이후, 모든 게 허무하고 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쌓아온 시스템조차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습니다. 높은 것들, 있는 것들, 우쭐대는 것들이 타인의 삶에 성의도, 예의도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계엄은 정말 예상밖의 충격이었습니다. 5.18을 경험한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역겨움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나에게 큰 힘과 자극이 됐던 독서나 사람들과의 만남마저 싫어졌습니다. 자폐증 환자처럼 머릿속은 계속 그날에 머물렀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거듭되고 쌓이면서 무기력에 빠졌습니다.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게 삶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도 받아들이는 게 인생입니다. 이제는 좀 계엄이라는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오려고 합니다. 계엄 잔당들이 처벌받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잘 되리라는 긍정의 힘으로, 운명을 걸고 올인을 베팅하지 못하고 사는 소시민의 삶을 다시 한번 인정하면서 본 궤도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