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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랑 시민청 홍보 담당관 - 서울시민이 주인인 공간...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서울시가 문턱 높고 왠지 가기 꺼려지는 관공서를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시민이 서울시의 ‘주인’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곳 ‘시민청’이다. 시민청은 공연, 전시,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공간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4년 시민청을 철거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미래의 서울, 한강 모습을 보고 체험하는 전시장 ‘서울갤러리’를 개장한다.  서울시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다.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이 있고, 그곳들에서 실제 민족주의를 고취하거나 대한민국, 서울, 한강을 주제로 한 전시도 많이 열렸다. 그런데 서울시는 또 시민청을 없애고 서울시를 홍보하는 전시장을 연다..

김성평 연기트레이너 - 배우 조련하는 ‘마이다스의 손’

현대사회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내기 위해 시각적인 자극을 요구한다.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배우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예인도 직업이다. 자신만의 재능이 없으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 쉽게 얘기하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자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개성도 매우 중요하다. 예쁜 얼굴만 믿고 연기를 시작했다가 ‘발연기’로 혹평을 받은 스타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김성평 연기트레이닝센터 원장은 외모보다는 ‘자세’과 ‘매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인의 목표가 중요하다. 배우를 왜 하려고 하는지, 배우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지. 배우에 대한 만족도가 없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5~10년을 해도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준비가 ..

적정한 카페인 섭취량은 어느 정도?

중독은 다 위험하다. 인터넷, 알코올, 담배, 게임, 약물, 마약, 스마트폰 등 모든 것은 중독은 좋지 않은 결과로 치닫는다. 아무리 좋은 취미도, 스포츠도, 여가생활도, 식습관도 중독이 되면 악영향을 미친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커피중독'이라고 한다. 직장인 커피중독은 다시 말하면 카페인 중독이다. 카페인은 커피열매를 비롯해 코코아열매, 콜라나무열매, 차나무 잎 등 약 60종에 달하는 식물에 함유돼 있다. 카페인은 적절히 먹으면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각성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가슴 두근거림, 얼굴 홍조, 구토, 수면장애나 어지럼증, 만성피로, 불면증, 신경과민, 메스꺼움 등을 일으킨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한 번에 다량의 고카페인을..

현정환 리디북스 콘텐츠팀장 - 까다로운 잡지시장 공략

리디북스가 국내 최초로 잡지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시작할 때 현정환 리디북스 콘텐츠팀장을 만났다. 그는 리디북스 창업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 당시 국내 전자책 시장에는 시나 소설, 만화만 나왔을 뿐, 잡지가 전자책으로 출시된 적은 없었다. 잡지사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잡지사들은 돈도 안 되는 데 자칫 잘못하다 매체 이미지만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해득실을 따졌다. 하지만 잡지사들의 더 큰 고민은 시장을 넓히는 것이었다. 잡지사들은 오프라인 잡지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고품질의 전자책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또 잡지의 독창적인 편집과 디자인을 유지하는 리디북스의 플랫폼은 물론 그동안 전자책 업계에서 쌓아온 이들의 관록도 무시할 수 없었다. 리디북스 콘..

올바른 세배, 어떻게 해야 할까?

민족 대 명절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이 되면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부모님을 비롯해 가까운 친척, 어르신을 만나 세배를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고유 풍습이다. 하지만 새해 인사를 할 때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나 인사말로 도리어 웃어른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웃어른이 세배 온 아랫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있다.그럼, 어떤 세해 인사가 올바른 것일까? 새해 인사할 때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국립국어원의 조언을 통해 꼼꼼하게 알아보도록 하자.우선 새해 인사를 할 때는 절을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웃어른께 '절 받으세요.'라고 하거나 서 있는 웃어른께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예의가 아니다.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앉아 있으면 앉아 있는대로 만나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세배..

장식도 하고, 먹기도 하는 꽃

꽃은 관상용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식용으로 사용한 식재료였다. 한국에서도 진달래 같은 꽃잎을 이용해 전을 부쳐 먹었고, 일본에서는 벚꽃 소금절임, 서양에서는 샐러드 등의 요리에 꽃을 이용했다. 식용으로 널리 알려진 꽃은 국화, 장미, 금잔화, 팬지, 진달래, 베고니아 등이다. 국화는 화전과 부침개, 차로 애용된다. 장미는 향이 좋아 다른 요리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 색과 향기를 요리에 넣고 싶을 때 장미가 주로 이용된다. 유채꽃은 김치로, 진달래는 부침개로, 금잔화는 초무침이나 과자로, 팬지는 잎이 커서 쌈으로, 베고니아는 샐러드나 케이크에 곁들여 먹는다. 튀김으로 해 먹으면 좋은 꽃은 약간 쓴맛이 있거나 뻣뻣한 양란이나 다알리아다. 향이 진하고 색이 고와 샐러드나 화채로 잘 어울리는 꽃은 쥬리안, ..

이민혁 화가 - 도시문명의 슬픈 스크래치

이민혁 화가의 마음속에 흐르는 서글픈 기억들이 스스로를 강인하게 이끌고 있다고 직감했다. 낙천적인 감정만으로는 그의 마음이 가벼워지거나 즐거워질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자기 내부에 선천적인 특질로 스며들었고,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풀어내는 원동력으로 변용됐다. 그의 작품은 가슴에 스크래치를 낸다. 미친 듯이 앞을 다투며 뛰어가는 도시문명과 그 속에 휩싸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슬픈 잔상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뜨거운 빛과 먼지가 띠를 만들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의 작품은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바쁘고 분주하다. 이민혁 화가는 서울의 일상적인 단면을 현란한 색채들이 난무하는 선으로 형상화한다. ‘사회적 갈등, 익명성과 존재, 끊임없이 가속화되는 경제개발과 상업주의..

북카페 삼가연정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실버 바리스타들이 향긋한 커피를 내리는 커피숍이 있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위해 서울 노인복지센터에서 마련한 사회적 기업 ‘삼가연정’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성남 중원도서관 내 삼가연정은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영업을 재개했다. 중원도서관에 가면 잠시 들러보길 바란다.할머니들이 커피 향이 스며든 찻집에 하나둘씩 모였다. 곗날인 듯했다.  “할멈은 영감하고 사이가 좋나 봐. 얼굴이 좋네.”“뭔 소리야. 남사스럽게. 얼른 곗돈이나 내.”“바깥양반 건강은 어때?”“수술한 뒤로 많이 좋아졌어.”“다행이구먼. 누워 있어 봐. 살아있을 때 걸어 다니는 게 복이여.” 다른 테이블에는 배우자와 사별한 것으로 보이는 두 분이 데이트 중이었다. ..

[영화] 영화를 통해 본 아랍의 지금 ‘제13회 아랍영화제’

다채롭고 새로운 아랍영화를 소개하는 제13회 아랍영화제(ARAB Film Festival)가 7월 3일부터  7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온라인 상영은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아랍영화제 네이버TV에서 진행된다. 아랍영화제는 해외 영화제에서 각광받는 아랍 감독들의 작품들과 다양한 아랍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알제리, 오만, 요르단, 이집트, 카타르, 튀니지, 팔레스타인 등 아랍 10개국의 장편 7편, 단편 3편이 소개된다.  개막작은 2023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상영작 ‘사막의 두 남자’(Deserts, 모로코)’이다. 이 영화는 모로코 사막에서 빚 독촉을 하러 ..

[영화]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영화까지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영화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7월 4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부천시 일대(부천아트센터,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아트벙커B39, 웹툰융합센터, CGV소풍 등)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배우 정수정과 장동윤의 사회로 7월 4일 오후 7시 부천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로즈 글래스 감독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 폐막작은 정 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다. 영화제에서는 공식 국제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8편의 장편과 9편의 단편 등 총 49개국 255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새로 신설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15편 영화가 상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영화] 철거 위기 ‘삼각지 다방’ 사수기 ‘진주의 진주’ 7월 개봉

철거 위기에 처한 ‘삼각지 다방’을 지키려는 영화감독 ‘진주’와 예술가들의 그 여름을 기록한 영화 ‘진주의 진주’ 7월 개봉한다.  이 영화는 50년 동안 지역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삼각지 다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겪는 영화감독과 예술가들의 우여곡절을 담은 작품이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판타스틱 작품상, 관객상, 배우상(하준), 배급지원상의 4관왕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잔칫날’을 연출한 김록경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당신의 쉴 곳

비가 오다 그쳤다. 상큼하고 할가운 바람이 불어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무겁게 대면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조금은 가볍게 마주하며 낯선 음악에 귀 기울인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무심히 쓰디쓴 인생을 핥는다. 문득 내 건너편에 앉은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이 세상에서 네가 진정 쉴 곳은 어디야?"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걸 몰라서 물어?" 현실에서 쉴 곳은 없다. 생명의 숨결이 타오르는 자연에도, 연정이 흘러넘치는 사랑에도, 숨 가쁘게 돌아가는 투쟁의 현장에도 쉴 곳은 없다. 그런 곳을 찾으려고 할수록 삶에 대한 애착은 더욱 반짝이고, 고뇌는 쌓인다.  그곳은 오로지 마음속 자기만의 공간에 있다. 이를 테면 음악이 친구인 사람에게는 음악만이 쉴 곳이다. 노래가 멈추지 않고..

호국보훈의 달과 영화 ‘하이재킹’, ‘탈주’ 개봉 즈음에 문득 찾아온 우려

2024년에도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탈북민을 그린 ‘로기완’을 필두로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다룬 ‘하이재킹’이 개봉했다. 7월 3일에는 북한군 병사의 목숨을 건 탈북을 다룬 ‘탈주’가 개봉되고, 하반기에는 가짜 찬양단을 조직한 북한 장교의 이야기를 담은 ‘신의 악단’도 선보인다. 이밖에도 여러 다큐멘터리나 상업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거나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영화인들이 북한을 영화 소재로 차용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조국 분단은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정서를 대변하는 소재이고 북한 이야기는 상업적으로도 보증된 재료이기 때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강철비’, ‘베를린’, ‘공조’, ‘공작’ 등 너무나..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 천재 혹은 악마의 음악? ‘카프리스 24번(Caprice No.24)’

이탈리아의 천재 연주자이자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린다. 왜일까? 파가니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괴소문에 시달릴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시인 하이네가 공연 중에 파가니니의 발치에 사슬이 감겨 있고 악마가 나타나 연주를 도왔다고 단언했을 정도다.  그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이유로 죽어서도 교회의 명령으로 36년간이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는 비극을 겪었다. 파가니니는 4옥타브의 음역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음을 툭툭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 주법, 현을 손끝으로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 현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서 맑은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이중 트릴(떨 꾸밈음) 등의 연주 기법을 만들었다.  그가 작곡한 음악 중 가장 ..

조성하 배우 - 착한 신스틸러에게 세 가지를 배우다

조성하 배우가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 출연할 때였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와중에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오래 기다려야 해요, 현실적으로 서면 인터뷰가 좋습니다.” 그 당시 조성하 배우는 영화, 드라마, 시사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나는 서면 인터뷰로 방향을 틀었다.  조성하 배우는 스크린에서 절제된 카리스마로 주목을 받았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촬영장을 압도하는 무게감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깊이를 한층 더 높였다.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를 최고조로 업그레이드하는 건 역시 ‘선한 인상’. 그의 엇구수하고 눅지근한 인상은 시쳇말로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든다.’ 나는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세 가지를 배웠다. ‘유머 감각을 갖고 현실에 ..

[영화] 전 세계 문제적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전’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전’이 7월 CGV아트하우스에서 열린다.  상영작은 초기작 ‘범죄의 요소’, ‘유로파’부터 칸영화제 수상작 ‘브레이킹 더 웨이브’, ‘어둠 속의 댄서’, 논란의 화제작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 감독판’까지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무삭제 디렉터스컷을 포함한 라스 폰 트리에 대표작 12편이다.  상영작 안내 1. 범죄의 요소(The Element of Crime) 1984 | 104m | 컬러 | 범죄, 스릴러 | 청소년관람불가 [출연] 마이클 엘픽, 에스몬드 나이트 13년간 유럽을 떠나 카이로에 머물던 형사 피셔는 복권 파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연쇄 살인한 범인을 잡기 위해 유럽으로 다시 소환된다. 스승 오스본의 범죄 이론을 이 사건에 적용..

[영화] 관세음보살 출판사 직원들의 이야기 ‘더 납작 엎드릴게요’ 7월 개봉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사찰 오피스 드라마 ‘더 납작 엎드릴게요’가 7월 개봉한다. 이 영화는 절에서 운영하는 관세음보살 출판사 직원들의 ‘보살 라이프’를 그렸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 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의 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다. 정동진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의 실제 동전의 개수로 가려지는 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기간 3일 동안 최고액 82만770원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헤이송 작가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작가가 실제로 불교 서적 출판사에서 5년 동안 겪었던 체험에 기반해 완성된 이야기다.

권태균 사진작가 - 1980년대 기억나세요?

인생이 무상하다. 내가 권태균 작가를 만났을 때, 그는 1980년대 이후 2010년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년대가 무척이나 기대됐다. 그때와는 매우 다른 옷, 다른 머리스타일, 다른 풍경, 다른 가옥 등을 포착한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2015년 1월 첫 번째 사진집을 준비하다가 갑작스럽게 타계하고 말았다.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버스 안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가족, 군기가 바짝 든 군인과 그 옆에서 머리카락을 빗고 있는 숙녀, 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인사하는 노인들, ‘몸빼’를 입고 곡식 포태와 함께 경운기에 실려 가는 아낙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을숙도의 노인들 등 하나 같이 정겹고 아스라한 흑백사진이었다. 하지..

이서준 배우 -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이서준 배우를 만났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변요한의 조카 와키자카 사헤에로 분한 이서준이 아니다. 꽃미남천국이라고 불린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한 배우 이서준이었다.  이서준은 드라마에서 뚜렷한 이목구비와 서글서글한 인상, 따뜻한 성품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소식이 뜸하다. 2021년 ‘너라는 별’과 ‘오늘 달이 참 예쁘다고’로 잠시 가수로 활동하긴 했는데, 지금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영화배우 소피아로렌은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움은 마음으로 느껴지고 눈빛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서준에게는 그것이 느껴졌다. 훤칠한 외모, 소위 ‘조각미남’ 계보를 잇..

에릭 칼(Eric Carle) - 분수를 가르치는 ‘배고픈 애벌레’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는 에릭 칼(Eric Carle)의 대표작이다. 1969년 첫 발간돼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배가 고파서 아무 음식이나 닥치는 대로 파먹는다. 월요일 사과 1개, 화요일 배 2개, 수요일 자두 3개, 목요일 딸기 4개, 금요일 오렌지 5개를 먹다가 토요일에는 더 이상 과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의 음식까지 먹는다. 결국 배탈이 나지만 일요일에 자기 분수에 맞는 음식(나뭇잎)을 찾아내 먹고 만족한 뒤 예쁜 나비가 된다. 에릭 칼은 풍부한 감수성과 놀라운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티슈페이퍼를 활용한 콜라주 기법은 남녀노소 모두가 반할 만큼 독창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다양한..

희정 작가 - 애착을 잃지 않고 사는 삶들을 존경하는 사람

책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출간을 준비할 때였다.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사무실에서 저자들과 만나 회의를 했다. 저자들 중 아주 반가운 사람이 있었다. 희정 작가다. (이 책은 쿠팡의 피해실태를 중심으로 서비스산업 전반에 고착화된 노동착취와 고강도 야간노동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저작이다.) 희정 작가와의 첫 만남은 2012년이었다. 그의 단편 소설 이 민중문학상 신인상 우수작으로 선정돼 인터뷰했다. (그 당시 나는 문화부장이었고, 한국작가회의 선생님들과 함께 민중문학상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희정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품들보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상상력과 조어력이었다. 문학상 출품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 즉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소재를 일상으로 끌어들여 설득력 있게 풀어낸 점에서 높은..

[영화] 감독의 시선으로 맞춰가는 진실의 조각 ‘우리와 상관없이’ 6월 26일 개봉

유형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와 상관없이’가 6월 26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기억을 잃은 배우 화령을 중심으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조각난 이야기들을 감독의 시선에서 맞춰가는 작품이다. ‘우리와 상관없이’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은 주로 신인 감독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섹션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 리혁종, 현효준 작가의 ‘잉여의 변증법’전

리혁종, 현효준 작가의 ‘잉여의 변증법’전이 6월 7일부터 7월 20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다.  리혁종 작가는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사이의 접점을 예술로 탐색하며, 홍대 인근에서 폐기물과 방치물을 수집한다. 현효준 작가는 빛바랜 익명의 그래피티, 벽에 남겨진 포스터들의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발견한 구성을 사용해 작업한다.

[영화]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 ‘대치동 스캔들’ 6월 19일 개봉

청춘들에게 삶의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대치동 스캔들’이 6월 19일 개봉한다.  ‘대치동 스캔들’은 사교육의 전쟁터인 ‘대치동’을 배경으로 입시, 미숙했던 시절의 질투와 사랑 그리고 꿈과 현실 등 청춘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소재를 탄탄한 스토리로 그려낸 드라마다.

그들과 저들에게 우리는, 이송희 시인『대명사들』

이송희 시인의 사설시조집 『대명사들』이 출간됐다. 2020년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가 나온지 4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대명사들』은 12년 전 『아포리아의 숲』으로 이송희 시인과 인터뷰했을 때 가졌던 시상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시인은 강렬하지만 거부감 없는 언어로 정치사회의 현실을 정확하게 증언하고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고통을 안아 태운다.[인터뷰] 아포리아의 숲, 이송희 시인 읽어보기이송희 시인은 『대명사들』에서 그들과 저들(권력을 가진 자)에게 대명사를 불리는 ‘우리’를 단단한 시어로 새긴다.개돼지로 불리면서 때 되면 밥 먹여주니 웅크리고 입 다물라 떠도는 유언비어 속 현행범이 되었다가 천하디천한 우리는 말 한 마리 값도 안 되고...... / 이름을 잃은 우리는 대명사로 불..

냉면이 서민 음식? 메밀 도매 원가 올랐다지만 너무 비싼 냉면

깔끔한 맛으로 먹던 을지면옥 물냉면이 15,000원으로 올랐다.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들렀다가 깜짝 놀라 혀를 내둘렀다.  을지면옥은 재개발로 문을 닫았다가 낙원동에서 영업을 재개하면서 냉면 가격을 기존 13,000원에서 2,000원을 인상했다. 술안주로 곁들이던 수육도 30,000원에서 35,000원으로 올렸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소문난 냉면집들도 미쳤다. 염리동의 을밀대, 필동의 필동면옥, 충무로 봉피양도 가격을 인상했다. 평양냉면을 한 그릇 먹으려면 을밀대는 16,000원, 필동면옥은 14,000원, 봉피양은 16,000원을 내야 한다.  나는 사실 진한 육수의 평양냉면(물냉면)과 걸쭉한 비빔장의 함흥냉면(비빔냉면)을 좋아하지만 을지면옥은 요즘 음식처럼 새콤달콤하지 않고 슴슴한 육수와 개운한 비빔..

6월 2일은 시사만화의 날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 1면 중앙에 한국 최초로 이도영(李道榮·1884~1933) 화백의 삽화가 게재됐다. 전국시사만화협회는 6월 2일을 시사만화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대한민보 옛터(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71)에서 기념식을 연다. ‘시사만화의 날’ 기념식은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시사만화의 중요성과 사회적 역할을 재확인하는 자리다. 또 매년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고 변혁에 기여한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시상한다. 2024년부터는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이도영 시사만화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 수상자는 독창적인 스타일과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던 최민(민중의소리) 만평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권범철(한겨레신문)이 받았다. ‘이도영 시사만화상’..

조선 지식인들의 말하는 독서와 읽은 책

조선 지식인들은 무슨 책을 읽고, 독서에 관해 어떤 조언들을 했을까? 독서하는 사람은 반드시 단정히 손을 모으고 꿇어앉아 공경스런 자세로 책을 대해야 할 것(이이)학자가 글을 읽을 때는 반드시 사색을 해야 한다(윤휴)어머니는 하루 세 번씩 아이에게 책 읽기를 권하라(송시열)독서하면서 의심 나면 반드시 질문한다(허목 등) 조선 지식인들은 엄숙한 자세로 뜻을 새겨가며 정독, 숙독하거나 수많은 책을 여러 번 다독해 섭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했다. 애독서로는 사서오경과 '소학', '근사록', '주자대전' 등의 성리서, '고려사', '사기' 등의 역사서, 후기에는 '반계수록', '성호사설' 등의 실학서 등이 있다. 조선 지식인들은 인재양성을 위해 조선 지식인들에게 휴가를 줘 독서를 하게 했던 교육제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