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261

안치영 전문산악인 - 사람이 변하지 산이 변하겠나

안치영.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곱창집이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산악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6가 ‘우리곱창’집에서 술을 마셨다. 지인은 히말라야 로부체 등정에 나섰던 얘기를 꺼내면서 벽에 걸려 있는 한 장의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 속에는 로부체 정상에서 검게 그을린 한 남자가 곱창집 상호가 적혀 있는 마대자루를 든 채 활짝 웃고 있었다. 그는 지인과 함께 로부체 등정에 나섰던 안치영이었다. 지인은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 곱창집 사장님께 금일봉 2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안치영의 정상 퍼포먼스는 일종의 약속이었던 모양이다. 안치영에게서 산이 보인다. 탄탄한 근육, 까무잡잡한 살갗, 군살 없는 몸. 겉모습부터가 산에 많이 다녔을 것 같은 풍모다. 하지만 그에게서 산을 본 진짜 이유는 차분하고 넉넉한 성..

박창영 중요무형문화재 4호 갓일 입자장 - 어떻게 이것을 손으로 만들지

오래된 예술품 앞에서는 영혼을 압도하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여러 해 동안 쌓인 노동과 숙련의 흔적들은 여느 오래된 것보다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니, 자신도 모르게 도취돼 그 속에 빨려 들게 만든다. 중요무형문화재 4호 갓일 입자장(笠子匠) 박창영 옹의 땀과 솜씨로 빚어낸 갓도 그와 비슷한 탄복을 자아내게 만든다. 대나무로 가느다란 실을 만들고, 그 실을 직물이나 뼈대처럼 짜내는 섬세함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박창영 옹의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에는 시간을 거슬러 온 것처럼 예스러운 것 일색이었다. 100년도 넘어 보이는 화로와 인두, 장인의 손때가 묻은 작두와 칼, 그리고 붉은 천연염색제와 짠지 얼마 되지 않는 갓 살까지, 그곳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널려 있..

우나(Una) 성악가 - 클래식도 얼마든지 재밌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사색이 필요할 때 노래를 즐겨 듣는다. 레퍼토리 대부분은 옛 노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팝페라(popera)’를 즐겨 듣는다. 팝페라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장르로 듣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한 것이 특징. 어떤 음악이 무겁고 가벼운 지 경중을 논하는 게 우습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자면 팝페라의 무게감은 클래식인데 정통 클래식보다는 조금 덜하다고 보면 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팝페라 디바 ‘우나(Una, 본명 김정운)’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비롯해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에디뜨 삐아프의 ‘장밋빛 인생’, 조지 거쉰의 ‘서머타임’ 등 그가 부른 곡들이다. 우나는 프랑스 파리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 무대에서..

김윤옥, 김현선, 이하나 비움과채움 실무진 - 나눔의 실천이 공영의 길

얼마나 채워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히려 채움은 비움으로써 가능해지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자신에게 물어볼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돈의 노예가 돼 가는 이 공허한 세상에서 마음을 채울 수 있는지. 노자는 그랬다. 물질은 채우면 채울수록 탐욕을 일으키고, 마음은 비우면 비울수록 평온을 선사한다고. 뭔가를 채우기 위해 목마른 사람들에게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진리를 몸소 경험토록 하는 단체가 출범했다. 일상 속의 자잘한 실천을 모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광명지역공동체 ‘비움과채움(비채)’이다. 비채는 마을가게 ‘살림’에서 나오는 이익금 전액과 여러 회원들의 CMS후원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나눔단체 ‘보탬’을 통해 ..

홍명혜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 예술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

해마다 한국에서는 1만여 건의 전시가 열린다. 개인전은 작가의 기량을 선보이는 전시이고, 기획전은 큐레이터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전시. 숫자에 상관없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요즘 전시는 너무도 상업적인 데다 이벤트성 전시가 많다. 또 기획자의 눈에 띄지 않거나 전시할 기회가 없는 작가들이 직접 갤러리를 대관해 전시하는 경우도 많다. 예술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획전을 보고 싶은 관람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전시, '소통을 말하다'전을 기획한 홍명혜 롯데갤러리 큐레이터를 만났다. 그녀는 한국인들의 소통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요즘 소통이 화두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같은 생각을 하..

이원구 전국국어교사모임 창립회장 - 이빨 까는 교육보다 손발 움직이는 교육

이원구 선생은 꼿꼿하지만 부드러운 사람이다.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제자들이 그를 찾아와 수다를 떨고 가는 이유는 강직함 뒤에 숨어 있는 정겨운 마음씨 때문. 그의 교육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교육자의 권위나 스승에 대한 존경심 이전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우선이다. 그는 최근 책 '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를 펴냈다. 10여 년 전 나와 만났을 때 내겠노라고 얘기했던 책이다. 이 선생은 술을 좋아한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술이 좋아 마시긴 해도, 사람이 좋아 마시거나 사업을 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대부분. ‘전국국어교사모임’을 만들기 위해 활동했던 젊은 시절에는 술 때문에 꽤나 몸도 힘들었단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교사들과 마음을 꺼내놓고 얘기하는데 술만 한 게 없어서다. 그와의 대화는 ..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 산다는 것 자체가 감정노동

현대인들은 대부분 아홉 시에 출근해서 여섯 시에 퇴근하고, 적당히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고, 건강에 엄살을 떨며 사는 것에만 관심을 두며 일생을 살아간다. 어떤 경우에는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와 이기적인 사회적 관계에 빠져 적당히 미화하고 적당히 대처하며 적당히 즐기는, 적당한 삶을 살고 있다. 김 소장은 달랐다. ‘자본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광고대행사에 다니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왔지만 감정노동자들의 뼈아픈 현실을 알고 나서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감정노동연구소도 설립했고 사람을 잡는 감정노동, ‘거기 누구 없소’라는 책도 냈다. 뭔가에 사랑을 쏟거나 관심을 갖는다는 말은 ‘안다’는 말과 같다. 사랑과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으면..

오렐리앙 프로망 시사만화가 -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오렐리앙 프로망은 프랑스 유력 일간지 와 좌파 매체 에서 만평을 그리는 시사만화가다. 그는 시사만화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검은 10월'과 '사르코지의 여인들' 외 4권의 단행본을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마르세이유 기자단이 선정한 '자유토론상'과 2009년 '쌩 쥐스트 르 마르텔' 세계 시사만화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오렐리앙 프로망이 생각하는 '시사만화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시사만화는 '신문에 그려진 만화'다. 시사만화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서, 사물이 가진 뒷부분을 찾아 그려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사만화가가 되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각,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 이..

이창형 KBS교향악단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 법인화되면 잇따라 구조조정 돼

함신익 음악감독이 취임하면서 KBS와 KBS교향악단은 극심하게 충돌했다. 그 결과 31년 만에 정기연주회는 취소됐고, 87명의 단원 중 71명이 100건 이상의 중징계를 당했다. 이러한 가운데 KBS정기이사회는 KBS교향악단을 법인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법인화 추진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거리음악회로 법인화의 부당함을 알리는 한편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과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다. 이창형 KBS교향악단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를 만나 단원들이 법인화반대 투쟁에 나선 이유를 들어보았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에게 KBS교향악단 법인화 반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서 나왔다. 서명도 받고 유인물도 배포..

유리아 가수, 뮤지컬 배우 - 재능과 실력으로 증명한 데뷔

유리아는 착실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고, 노랫말도 모르는 팝송까지 흥얼거릴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가족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다. 엄한 가풍이 유리아를 찬찬하고 부지런하게만 자라 달라고 채근했다. 유리아는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길 원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노래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리아의 당당한 주장에 기가 찬 아버지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의 충격을 겪었다. 그렇게도 상냥하고 부드러웠던 딸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고집부리는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대가 심하셨어요. 여태까지 모범생으로 자라왔던 것처럼 착실하게 공부하기만을 바라셨죠. 게다가 아버지는 제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KBS교향악단 - KBS교향학단 상임지휘자 임명에 특혜 있었다

KBS교향악단이 공회전 중이다. 지휘자의 낙하산 인사, 거짓말, 비인격적인 행태 등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상하게도 잘잘못은 가려지지 않고, 정기연주회 파행 소식만 계속 빙빙 헛돌고 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연료가 낭비되면서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정기연주회가 취소된 뒤 언제쯤 KBS가 본색을 드러낼지 두고 보면서 대책에 나설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 언론들이 일제히 단원들을 공격하자마자 KBS가 ‘징계’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함신익 지휘자가 일방적으로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취소시키고 그 책임을 단원들에게 떠맡기더니, 83명의 단원 중 71명의 징계가 이어졌다. 해촉 3명, 직위해제 1명, 출연정지 64명 등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에게는 최고 수위에 ..

이시영 시인,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 MB정권 들어 모든 분야가 퇴보했다

좋은 일이 있었을까? 이시영 시인의 얼굴에 벌겋게 취기가 올라와 있었다. 이시영 시인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문득 떠올라 물었다. “술을 안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곧장 돌아온 그의 대답은 “내가 왜 술을 싫어해.”였다. 신경숙 소설가가 로열 살루트에서 주는 ‘마크 오브 리스펙트’를 수상한다고 해서 호텔에 갔더니 술을 줘서 한 잔 했다는 설명도 문인답게 덧붙였다. 술 오른 그의 얼굴을 보니 ‘술은 괼 때 걸러야 한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술은 한창 괼 때 걸러야 맛있는 것처럼 일을 할 때는 제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다. 한국작가회의의 이사장을 맡은 그가 어떤 술을 걸러낼지 궁금하다. 이시영 시인은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화공보부 현상공모, 월간문학 신인작품에 시..

권중효 암벽타는 로프공 - 잡초 같은 생명력을 가진 사람

'산 사람'을 만나면 늘 반갑다. 산이 주는 특유의 넉넉함 때문이다. 산은 얽히고 뒤엉킨 세상사가 어떻게 흘러가든,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참으로 넓은 품이다. 권중효 씨는 힘든 일을 금방 마치고 왔는지 어깨너머로 피곤이 뚝뚝 떨어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뒷목을 적신 땀냄새가 간간이 배어 나온다. 따뜻하게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은 무겁고 딱딱했으며, 거친 자국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운 노동의 냄새였으며, 아름다운 사람의 향취였다. 그는 언제나 등산복을 의젓하게 입고 다닌다. 시간과 장소에 거리끼거나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경제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등산장비만은 좋은 제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산에 계속 다니려면 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

이송희 시인 - 시 쓰는 시간은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맛보는 시간

뼈 빠지게 일해도 제자리에 서있기조차 힘이 부치고, 단 돈 천원이 아까워 맛난 과일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시가 잘 읽히지 않았다. 밑바닥에 깊숙이 가라앉은 현실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도려내는 시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를 만났다. 바로 이송희 시인의 시다. 이송희 시인은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모순된 구조 속에 갇힌 사람들, 거대한 자본주의의 논리에 설득 당한 사람들 등 중심에서 밀려난 비주류 삶의 현장”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싸늘한 세상의 귀퉁이에 내몰린 춥고 배고픈 영혼들을 시로 보듬고 싶은 마음”으로 시를 쓰고 있다. 이송희 시인의 시 중에서 「개기일식」이라는 시를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살짝 ..

이재갑 사진가 - 상처 위로 핀 풀꽃을 기록하다

이재갑 사진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조선인들을 위로하듯 한 땀 한 땀 발품을 팔면서 사라진 강제징용의 ‘잔혹사’를 현실로 담담하게 끌어내고 있다. 사진작가라면 ‘나만의 사진집’을 가지고 싶어 한다. 대단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동안의 작업을 성찰하면서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재갑 사진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책을 내는 출판사가 호락호락할 리 없다. 사진집은 안 팔리니 글을 좀 쓰라는 채근이 뒤따랐다. 처음에 그는 영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책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면 나서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글을 썼다. 글의 중요함을 잘 알기에 참아낼 수 있었다. “..

도종환 시인 - 화이부동和而不同 하는 사람이 돼야

도종환 시인은 지병으로 오랜 시간 마늘밭에 지은 황토집, '구구산방'에 들어가 요양했다. 구구산방에서 구구는 거북이구(龜)자로, 거북이처럼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에 지은 이름이다. 문득 '구구산방'이라는 단어가 생각나 건강은 어떠시냐고 물으니 빙그레 웃는다. 건강이 나쁘면 이렇게 만날 수 있겠느냐는 의미였다. 그는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어지러워서 여러 군데 불려 다닐 것 같다고 말한다. "연초부터 구제역으로 살아있는 짐승을 생매장하고, 쓰나미로 원전이 터져 한 나라의 재앙이 전 지구적 재앙이 되는 위기를 느끼고,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그런 상황에서 한미FTA가 발표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권력을 가진 상층부,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좋을지..

백미옥 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 교장 - 애니메이션 센터 건립으로 폐교 막는다

안중근 정신, 항일 운동의 기지였던 하얼빈의 명문, ‘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 뜻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이곳에 첨단 애니메이션 센터 건립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도리소학교가 민족문화교류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백미옥 도리소학교 교장이 한국을 찾았다. 폐교 위기에 처한 도리소학교를 살리기 위해, 도리소학교의 교육환경 개선과 애니메이션 사범학교 건립을 위해 도움을 자처한 성산효대학원대학교의 지원 협약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한국 성산효대학에서 첨단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효교육을 할 수 있는 모든 설비를 약속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 모두 너무 기뻐하고 기대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잘 몰라도 언제 되는지 매우 궁금해합니..

범민 그래피티 아티스트 -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 그의 롤모델은 사회주의자이자 반자본주의자, 예술로 거리 혁명을 실천한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다. 뱅크시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창조적인 풍자로 그려내고,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이디어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범민은 한국의 뱅크시를 꿈꾼다. 기교나 장식 위주의 그래피티보다는 주제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진정한 거리의 예술가가 되길 원한다. 보수적인 한국 미술계에 그래피티 아트를 하나의 완벽한 예술장르로 인정받게 만드는 꿈도 꾼다. 아직 한국에서는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다. 예술이라고 평가하기보다는 낙서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 틀을 아티스트 범민이 차근차근 깨부수고 있다. 그래서 범민은 거리의 예술이 갤러리로 들..

박중하 사진가 - 평생 일탈을 꿈꾸고 실행한 ‘근간인勤幹人’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을까.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행복을 누릴 권리’는 동등하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자기 것 챙기기 바쁘다. 사사로이 탐을 내 결국 탈이 나거나 외롭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을 버리거나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두지 않아 더 많은 행복을 얻기도 한다. 박중하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박중하 작가는 평생 ‘일탈’을 꿈꾸고 실행했다. 일탈만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락한 삶을 꿈꾸고, 안정적인 삶에서 물러서길 주저했지만 그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물질이나 명예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해진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조지약차早知..

강성갑 재무설계사 - 사람을 망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에 대한 애착’

강성갑 재무설계사는 ‘서울’을 동경했다. 나고 자란 곳이 마냥 답답했고, 대학마저 고향에 있는 국립대에 다녔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특정 분야의 업무도 고집하지 않았다. 단지 사람을 좋아해 ‘영업’ 같은 일을 하고 싶었고, 그저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직해서 잘 살기를 바랐다. 강 씨는 대학 졸업 후 조용필의 노래, ‘꿈’의 가사처럼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답답했어요. 서울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지요.” 서울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수많은 난관과 방황, 낭패를 안겨줬다. 인생의 단맛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노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믿었기에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다. ‘오뚝이’ 같은 마음이 없었다면 그는 벌써 낙향을 ..

한상대 한국 5대 국새 장인 - 주류 언론에 명장 이야기가 없는 이유

정부가 새롭게 제작한 4대 국새가 '가짜'로 밝혀지면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국새의 위엄과 존귀를 한 방에 무너뜨린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온 국민의 관심을 국새에만 쏠리게 했다. 국새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조차 국가의 이미지가 실추된 이 사건을 두고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국새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한바탕의 소란 뒤에 새로운 국새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국새 제작은 이전과 달랐다. 4대 국새 장인의 '사기' 행각이 새로운 5대 국새 제작의 투명성을 보장하게 만들었다. 5대 국새 디자인 공모에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대학 교수, 인간문화재, 유명 작가 등 우리나라의 쟁쟁한 실력가들뿐만 아니라 명예보다는 자신의 작업에만 열..

한상윤 팝 아티스트 - 루이비통 걸치면 사람도 명품이 된다?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손끝마다 경련이 일고, 자연스럽게 어깨가 들썩거렸다. 누긋누긋한 너털웃음이 지어지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흥분시키고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이 그림. 도대체 정체가 뭘까. 한상윤 작가의 그림은 가슴속에 큼직하게 박혀있던 시련 덩어리를 모두 녹여버리는 것처럼 씩씩하고 활기찼다.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쉽게 푹 빠져들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났다. 이렇게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빼앗다니. 한 작가의 작품이 주는 쾌감은 다른 작품이 주는 쾌감과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가슴에는 청량감이 배어들었지만 그 이면에서 느껴지는 어두컴컴함이 묵직한 납덩이처럼 스며들었다. 화려한 색채, 무엇인가를 궁량하는 듯 보이는 주제, 쾌활하다 못해 찔끔 오줌을 지리게 만드는 환락의 이미지들. 생각하면 ..

박대정 큐레이터 -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때 힘을 갖는 예술

예술은 인간에게 매우 유익하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 등 모든 예술은 인간에게 더없는 기쁨과 지혜를 준다. 모든 인간은 예술로 삶의 안식을 얻을 수 있으며, 모든 예술은 인간이 현자가 되는 길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거꾸로 인간은 인류의 지혜와 희로애락을 예술에 담았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으며, 그 자체로 지성과 감성, 그리고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현대의 예술은 비평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누가, 어떤 의미를 부여했느냐에 따라 예술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고, 가격이 매겨진다. 이런 이유로 예술은 대중과 괴리된 채 특정인들의 학문이나 유희로 전락했고, 현실에서도 위협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미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에서의 미술비평은 대중과 소통하지 못..

김금희 화가 - 가슴속에성 우러나온 독백

그야말로 정열적인 그림이었다. 세상일일랑은 모두 잊어버리고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처럼 홀로 뜨거운 열기를 분출하고 있었다. 마치 생을 바쳐 사랑해야 할 사람을 오래도록 품에 껴안은 채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 같은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이국적인 신비로움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심사를 흔들리게 했다. 한동안 강렬하고 달콤한 색채의 아우라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했다. 김금희 작가의 작품은 대단히 멋졌고, 근사했다. 야무진 젊은이의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힘이 넘쳤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기골이 장대하거나 아주 괄괄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렇게 힘이 넘쳐나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 이토록 단아하고 섬세하며 기품이 넘치는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제 그림이..

김도균 감독 - 어느 누구도 얘기하지 못한 이야기, 천안함

영화는 언제나 우리의 가까운 ‘친구’이자 ‘설교자’였다. 영화가 우리에게 깊은 평온과 즐거움을 선사할 때 우리는 기뻐했고, 영화가 우리의 사고와 생활방식까지 바꿔놓을 때 우리는 영화를 존경했다. 진실하고 건강한 영화처럼 신성하고 값어치 있는 것은 없다. 좋은 영화는 영화라는 예술이 지향해야 할 어떤 역할에 대해서 깊이 사색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영화야말로 기형적인 역사 속에서 드러난 갖가지 고통과 슬픔, 상처와 시련을 치유하는 ‘명약’이자 비뚤어진 진실을 바로 잡는 ‘바로미터’다. 영화, ‘천안함’도 그러한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는 강압적인 힘에 의해 어물어물 넘어가버렸던 진실을, 아니 어떤 힘에 억눌려 어느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진실에 의문을 던지기 위해 아글타글 애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천안함..

박수형 화가 - 현대인들의 무료한 일상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우리의 외모가 서로 다르듯이 교양, 성품, 지성, 영혼의 깊이에 따라 사람은 다르게 존재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살기를 원하고, 자신의 미래 계획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모색한다. 그 삶이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따라 투신하길 바란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사는 모양은 매우 비슷하다. 아니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무언가에 쫓긴 듯이 출근하고, 점심이 되면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르게 배를 채우고, 여유 있게 차 한 잔 할 시간도 없이 맡은 일과들을 정리하다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서는 TV 앞에 앉아 시간을 때우다가 다음날을 위해 붉은 볼펜으로 하루를 지운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지식도, 아무런 판단도, 아무런 ..

박효미 동화 작가 - 돈보다 중요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장편동화 ‘오메 돈 벌자고?’를 발표한 박효미 작가를 만났다. 이 책은 한 아이가 부자가 되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요행을 바라는 과정을 그린 동화로, 물욕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단면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살면서 돈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왜냐면 지금은 모든 가치가 돈이다. 예전에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 ‘복부인’이라면 비아냥거리는 투가 있었다. 부자이긴 하지만 돈을 버는 방식이 비정상적이라면 동경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돈이 많으면 된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도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꿈이 돼버렸다. 안타깝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

최영빈 화가 - 불안감 대신 찾아온 평화

심한 열병을 앓고 있는 듯했다. 종일토록 어딘가를 쏘다니고 이리저리 배회하는 여인. 조용히 앉아 고독을 집어삼키면서 석고처럼 굳어 있는 여인. 가야 할 길을 완전히 잃어버린 여인. 이 여인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여인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도 강렬하게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그림 속의 여인은 머리가 없었다. 팔다리도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붙어 있었다. 흡사 돌연변이, 외계 생명체를 보는 것 같았다. 또 이 여인은 영화 ‘엘리펀트 맨’의 존 메릭을 떠올리게 했다. 선천적 다발성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병으로 무서운 외형을 갖게 된 사람. 수많은 사람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끔찍하게 연명해 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계속해서 교차됐다. 갑자기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이 빙글..

오순정 공인회계사, 우상 탐닉하는 교회 질타한 셰익스피어 문학

세계 최초로 셰익스피어 문학 400년의 비밀을 밝힌 책이 출간됐다. 오순정 공인회계사인 가 쓴 책,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다. 이 책은 국가권력과 거대 공룡기업들에 빼앗겨버린 ‘철학’이 필요한 이 물질주의 시대에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셰익스피어의 통찰력을 통해 21세기 세계가 나아가야 할 희망이 무엇인지 살핀다. 오순정 공인회계사는 2008년 책 ‘세금밥상’을 출간한 뒤 차기작으로 ‘회계밥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복식부기’ 원리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자료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을 탐독하면 할수록 ‘회계밥상’은 원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가지고 있는 색다른 ‘맛’에 푹 빠져버렸다. 결국 ‘회계밥상’은..

우무길 조각가 - 아름다운 신세계, 유토피아

넘치지 않았다. 설레어 움직이지도, 뭔가 강한 기운에 지배되지도 않았다.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멈추고, 요동치던 우레 소리와 번갯불이 순식간에 사그라진 하늘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욕망의 움직임이 멈추고, 빈부의 격차가 중요하지 않으며, 삶의 척도가 물질이 아닌 세상. 오직 거기에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 ‘유토피아’가 있었다. 우무길 작가의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지상 최대의 낙원’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낙원의 모습, 즉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에덴의 동산처럼 녹색으로 우거진 곳이 아니다. 직선과 네모, 갖가지 공간들이 필요에 의해 디자인(설계)된 미래 도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의 도시다. “미래로 갈수록 도시가 정리된다. 적절하게 가난할 때 공해가 더 많듯이 경제적으로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