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곱창집이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산악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6가 ‘우리곱창’집에서 술을 마셨다. 지인은 히말라야 로부체 등정에 나섰던 얘기를 꺼내면서 벽에 걸려 있는 한 장의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 속에는 로부체 정상에서 검게 그을린 한 남자가 곱창집 상호가 적혀 있는 마대자루를 든 채 활짝 웃고 있었다. 그는 지인과 함께 로부체 등정에 나섰던 안치영이었다. 지인은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 곱창집 사장님께 금일봉 2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안치영의 정상 퍼포먼스는 일종의 약속이었던 모양이다. 안치영에게서 산이 보인다. 탄탄한 근육, 까무잡잡한 살갗, 군살 없는 몸. 겉모습부터가 산에 많이 다녔을 것 같은 풍모다. 하지만 그에게서 산을 본 진짜 이유는 차분하고 넉넉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