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오순정 공인회계사, 우상 탐닉하는 교회 질타한 셰익스피어 문학

이동권 2022. 9. 26. 16:13

오순정 공인회계사의 책


세계 최초로 셰익스피어 문학 400년의 비밀을 밝힌 책이 출간됐다. 오순정 공인회계사인 가 쓴 책,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다. 이 책은 국가권력과 거대 공룡기업들에 빼앗겨버린 ‘철학’이 필요한 이 물질주의 시대에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셰익스피어의 통찰력을 통해 21세기 세계가 나아가야 할 희망이 무엇인지 살핀다.

오순정 공인회계사는 2008년 책 ‘세금밥상’을 출간한 뒤 차기작으로 ‘회계밥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복식부기’ 원리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자료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을 탐독하면 할수록 ‘회계밥상’은 원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가지고 있는 색다른 ‘맛’에 푹 빠져버렸다. 결국 ‘회계밥상’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라는 책이 나오게 됐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으로 복식부기를 설명하다 보니까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돈의 원리, 더 나아가 근대 기업의, 근대 국가의 원리를 찾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계속해서 빠지게 됐고, 결국 회계밥상은 쓰는데 실패했다.”

오 회계사는 ‘회계밥상’을 준비할 당시 셰익스피어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읽고, 의문을 가졌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영문학을 연구한 학자가 아닌 공인회계사다. 언뜻 생각해도 그에게 이 책은 수많은 고민과 역경을 선사했을 듯싶다. 특히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집필에 필요한 시간을 내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웠으리라.

“이 책을 쓸 당시 삼성특검 발표가 있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으로 촛불집회가 있었다. 책이 아니더라도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내 관심은 거리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름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면서 집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집필에 신경을 썼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의도된 작품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문학’적으로만 읽는 것보다 당시의 경제적 문제와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정치적으로 상당히 의도된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마디로 말하면 철학적인 요소가 강하다. ‘베니스의 상인’은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유일한 작품이었다. 그때 당시에 간과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금상자, 은상자, 납상자를 고르는 장면이다. 왜 금상자가 아니라 납상자를 고른 안토니오가 부유한 상속녀 포르티아의 남편이 되고 즉 승자가 되는 것일까? 로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상자를 잘 골랐다고 해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또 포르티아의 재판 부분도 이상했다. 왜 샤일록은 패배하고 안토니오가 승자가 돼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오순정 공인회계사는 이러한 스토리 전개에 의문점을 가졌고, 성인이 된 뒤 다시 베니스의 상인과 만났다. 하지만 그 시절에 사라지지 않았던 의문은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회계 설명에만 충실하면 됐지만, 그는 그만 옆길로 빠지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 봤는데,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 해석하고, 잘못 이해를 했기에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고민하다 6개월 동안 셰익스피어 문학을 공부하게 됐다. 처음 햄릿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왜 내가 베니스의 상인만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햄릿이나 리어왕 같은 다른 작품을 읽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인데.”

그가 햄릿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의도, 즉 문학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신화를 쓰겠다는 저의가 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이 책을 ‘주식회사의 탄생 신화’라고 단정을 내렸다. 근데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내 생각처럼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이 근대 기업의 원리를 풀어서 설명한 책이라는 등의 얘기가 있었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텐데, 어디에서도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가 지적하는 셰익스피어 문학의 비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우선 그는 셰익스피어의 이름에 비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Shakespeare ‘창(Speare)을 흔드는(Shake) 자’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 작가는 이러한 해석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모독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옥스퍼드 사전에는 셰익스피어의 스펠링이 Shakespere로 나와 있다면서 이름의 뜻은 ‘신(Pere)을 흔드는(Shake) 자’로 해석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비밀은 셰익스피어의 무덤에 적힌 묘비명이다.

셰익스피어가 스스로 썼다는 묘비명 원문과 흔히들 하는 해석은 이렇다.

Good frend for Jesus sake forbeare,
to digg the dust enclosed heare.
Blese be ye man ty spares thes stones,
and curst be he ty moves my bones.

선량한 벗들이여 제발 부탁하노니
여기 묻힌 흙을 파내지 말지어다.
이 돌을 그대로 두는 자에게는 축복이
내 뼈를 옮기는 자에게는 저주가 내려질 것이니.

하지만 그는 셰익스피어가 자기 무덤이나 잘 간수해달라고 이런 저주의 비문을 남겼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원문의 정확한 의미를 파헤쳐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dig the dust’의 뜻은 ‘흙을 파다’가 아니라 ‘우상을 섬기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그가 해석한 묘비명의 골자는 ‘우상만 탐닉하는 교회를 통렬하게 질타’하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전반에는 베이컨의 4대 우상이 깔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들은 치밀한 계산 속에 만들어졌다는 내용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오순정 공인회계사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혹은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셰익스피어 작품, 특히 베니스의 상인과 4대 비극은 그 당시 도래한 근대 사회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밝혀주고 있다. 우리가 거기에서 문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가지 파악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새로운 사회가 각자 구성원들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지 셰익스피어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받아들이면서 읽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