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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 - KBS교향학단 상임지휘자 임명에 특혜 있었다

이동권 2022. 9. 27. 21:25

KBS교향악단 비상대책위원회는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KBS교향악단 정상화를 위한 각계 인사 1,154명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리 연주회와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KBS교향악단이 공회전 중이다. 지휘자의 낙하산 인사, 거짓말, 비인격적인 행태 등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상하게도 잘잘못은 가려지지 않고, 정기연주회 파행 소식만 계속 빙빙 헛돌고 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연료가 낭비되면서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정기연주회가 취소된 뒤 언제쯤 KBS가 본색을 드러낼지 두고 보면서 대책에 나설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 언론들이 일제히 단원들을 공격하자마자 KBS가 ‘징계’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함신익 지휘자가 일방적으로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취소시키고 그 책임을 단원들에게 떠맡기더니, 83명의 단원 중 71명의 징계가 이어졌다. 해촉 3명, 직위해제 1명, 출연정지 64명 등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에게는 최고 수위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지휘자의 정기연주회 취소는 해촉 사유다. 정기연주회는 어떤 예술단체든지 취소나 변경이 불가할 만큼 자존심을 내걸고 대외적으로 나서는 행사다. 따라서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취소한 함신익 지휘자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해고감이다. 그런데도 함신익에게는 아무런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단원들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KBS교향악단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이렇게까지 번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보수 언론들의 영향이 컸다. 보수언론들은 KBS교향악단 사태에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사건의 본질을 흐려버렸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한 채 현재 KBS사측에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노조와 같이 꺾어버려야 할 대상으로 단원들을 바라보면서, 김인규 사장을 비롯한 사측 세력에 유리한 보도로 일관했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대부분 노조원이라는 사실은 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원인은 함신익 지휘자의 인선에 있다. 청와대가 김인규 KBS사장을 임명했듯이, 김인규 사장이 함신익 지휘자를 낙하산으로 임명해버렸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는 시작됐고 불거졌다.

KBS는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상임지휘자 선정위원회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단원들이 지휘자를 추천하면 사장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KBS는 공정한 심사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상임지휘자 선정방식을 바꿨다. 처음 단원들은 상임지휘자 선정위원회 구성 소식을 반겼다. 게다가 김인규 사장이 선정위원7명 중 단원 2명을 넣어주겠다고 약속해 단원들은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달랐다.

선정위원회 멤버 중 3명(주돈식 전 문화부장관, 이상만 전 아름누리관장, 김영미 한예종 교수)은 처음부터 함신익을 밀고 있었다. KBS간부 2명은 음악을 전혀 몰라 KBS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단원들이 함신익을 반대해도 무조건 5:2로 함신익이 상임지휘자가 선정될 수밖에 없었다. KBS가 말하는 공정하고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서 말이다.

 

KBS교향악단 대표 단원들의 말이다.

“처음에는 홍사덕 의원이 선정위원으로 거론됐다 스스로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음악을 모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음악을 모르고, 교향악을 모르는 사람들이 선정위원을 맡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상만 전 관장은 2008년에 함신익은 KBS교향악단을 거쳐 뉴욕필을 점령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얘기할 만큼 함신익과 관계가 두터운 사이였는데, 갑자기 2009년부터 함신익이 KBS교향악단에 오려고 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이번 낙하산 인사가 설마설마 했는데 현실이 된 것은, 이 일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추측하게 만든다.”

선정위원회가 구성되자 선정위원으로 뽑힌 KBS교향악단 연주단원 2명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심사에 불참했다. 단원들은 “함신익이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레벨에 들어갈 수도, 상상으로도 허용할 수 없는 레벨의 지휘자”라면서 “함신익 보다 훌륭한 지휘자가 후보로 있었지만 선정될 턱이 만무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단원들은 선정위원회 심사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단원들은 “지휘자 지원서 기재사항 중 희망 주급을 써넣어야할 칸을 공란으로 비워 놓게 한 뒤 다른 후보들이 기입한 돈보다 작게 쓰게 하는 특혜까지 함신익에게 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선정위원회 회의에 참여했던 연주단원 같은 경우는 회의 중 당시 KBS 부서장에게 “함신익을 상임지휘자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KBS교향악단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단원 대표들은 KBS 김인규 사장과의 면담을 갖고 함신익 지휘자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함신익은 상임지휘자로서는 맞지 않으니 이벤트나 기획 음악회 지휘자를 맡기면 좋지 않으냐”고 설득했다. 이에 KBS사장 김인규는 “2년만 참으면, 2년 후엔 좋은 지휘자를 뽑아주겠다”고 말하며 단원들을 달랬다. 계속해서 단원 대표들은 “함신익이 청와대에서 보낸 낙하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혹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은 없었냐”고 따져 묻자 김인규 사장은 “그런 전화를 받았으면 이 자리에서 할복을 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김 사장의 얘기가 달라졌다. 서울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인규 사장과 만난 교향악단 단원들이 함신익을 상임지휘자로 내정하려는 의도와 청와대 낙하산 문제를 다시 거론하자 김인규 사장은 “위에서 걸려온 전화를 딱 한 번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진통 끝에 함신익은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