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렐리앙 프로망은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와 좌파 매체 <폴리티스>에서 만평을 그리는 시사만화가다. 그는 시사만화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단편영화 '검은 10월'과 '사르코지의 여인들' 외 4권의 단행본을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마르세이유 기자단이 선정한 '자유토론상'과 2009년 '쌩 쥐스트 르 마르텔' 세계 시사만화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오렐리앙 프로망이 생각하는 '시사만화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시사만화는 '신문에 그려진 만화'다. 시사만화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서, 사물이 가진 뒷부분을 찾아 그려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사만화가가 되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각,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관점을 가져야 자격이 있다고 본다. 좌파 성향의 언론에서 일하면서도 우파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해가 되고 즐거움을 줘야 한다."
시사만화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시사만화는 부당한 정치자본의 권력과 부조리한 사회 모순을 고발하고, 고단한 민중의 삶과 절망을 어루만지면서 대중의 큰 인기를 끌었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시사만화가들은 그것의 원인을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찾아보고자 했다. 그런 자리가 바로 '국제시사만화포럼'이다.
프랑스 시사만화가 '오렐리앙 프로망'이 국제시사만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국제시사만화포럼은 시시만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마련된 국내 최대 규모의 시사만화 축제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다시 시사만화를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오렐리앙 프로망 시사만화가를 만나 17년 만에 좌파정권이 들어선 프랑스의 변화와 프랑스의 시사만화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았다.
프랑스에서 사회당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에 고무된 사람들이 많았다. 어떻게 해서 좌파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결코 쉽게 이긴 게 아니다. 사르코지는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지만 올랑드 후보가 52:48로 겨우 이겼다. 그것이 바로 우파의 힘이다. 사르코지가 잘못된 정치를 펼쳐도, 인기가 없어도 기득권 세력은 우파를 찍는다. 프랑스에서는 정권을 바꾸기 위해서 사회당과 좌파당이 손을 잡았고, 좌파당 멜랑숑 후보가 사회당 올랑드 후보에게 양보해 선거에 임했다. 연합이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과 좌파당이 존중과 이해로 서로 손을 잡지 않았다면 정권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존중'이다. 사르코지는 계속해서 1%를 위한 공약을 펼쳤지만, 올랑드 후보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유지했다. 그런 일관성도 이유라면 이유다."
프랑스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엇이 제일 많이 바뀌었을까.
"아직 프랑스 국민이 변화를 느끼기에는 좀 이른데, 제일 많은 변화를 느낀 이들은 이민자,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이다. 나 같은 중산층들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그럼에도 나는 사르코지를 찬성하지 않았다. 사르코지는 일부 특수계층을 위해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반대한 것이다. 프랑스가 진정한 의미의 공화국이 되길 바란다. 최근 올랑드 대통령이 프랑스 전 지역의 경찰청장을 모두 교체했다. 사르코지 밑에 있으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우파정권을 위해 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교육문제, 은퇴문제, 사법개혁 등이 주요 이슈인데, 차차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이 다른 점을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파리에서 브뤼셀은 기차로 1시간 거리다. 올랑드 대통령은 기차를 탔다. 그런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비행기를 이용했다. 기차와 비행기가 뭐 그리 대수이겠느냐만 상징적으로는 매우 다르다. 1시간 거리를 비행기를 타는 대통령과 기차를 타는 대통령.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아프간에서 프랑스군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프랑스가 먼저 철수할 경우 많은 나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한국도 미국의 요청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군을 파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 문제가 자주 화두로 등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찌어찌하다 보니 '쥐'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쥐 그림을 넣은 광고물 때문에 대학강사가 잡혀가 벌금 200만 원을 받은 적도 있고,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보면 어떠할까?
"한국의 정치상황을 잘 모르겠지만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면 된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중이나 작가들이 그런 표현을 한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억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사만화가도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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