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각나무 40

무분별한 살충제 남용은 그만, 곤충을 살리자

곤충이 살지 못하는 곳에 인류도 살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곤충들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지키는 일과 같다. 곤충은 인류에게 해로운 병을 옮기거나 농작물을 망쳐버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자연의 구성체이며,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귀중한 생명체다. 우리는 모기나 파리, 진딧물, 벼멸구 등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들을 박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의식 부재로 살충제를 남용하면서 서식지 환경을 파괴했고, 인류에게 이로운 곤충들을 덩달아 죽이고 말았다. 예를 들면 흙에 함유돼 있는 질소의 순환을 촉진하는 쇠똥구리, 농작물에 붙어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 단백질 공급원이자 섬유의 원료로 쓰이는 굼벵이 등이 유해곤충과 ..

영어에 미쳐가는 사회

신문에서 모 연예인의 남자친구를 공개한다는 기사를 봤다. 제목은 '잘생긴 미남에 영어능통'. TV연예뉴스에 출연한 MC들도 똑같이 얘기한다. 기자들도, 독자들도, 시청자들도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인물을 소개할 때 '영어가 유창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고, 예술계에서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 주류 파벌을 이루고 있어 영어를 못하면 명성을 얻기도 힘든 형편이다. 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직장에 들어갈 기회조차 없다. 영어는 이제 기본이 돼버렸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 고위층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장군은 능력 있고, 영어를 못하는 장군은 무능력하다는 이분법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영어를 잘하면 풍요로운 미래가 보장된다고 여기는 학부모들도 '영어지상주의'에 편..

각박한 세상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소주

삶이란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것이고 스스로 기쁨과 슬픔을 다스리는 치유력도 생기게 마련이지만 가끔은 유쾌하고 탁월한 기교가 필요한 날도 찾아온다. 감미로운 술 한 잔이 그리운 날이...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거나 절친한 벗이 그리울 때, 추위 때문에 몸에 한기가 돌거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겹겹이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을 때 소주가 생각난다. 굶주린 뱃속이 요동치거나 쓴 맛이 입가에서 맴돌 때, 노을진 하늘을 날며 울어대는 새들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거나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살갗을 간지럽힐 때, 고향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싶거나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 유쾌한 기분이 들 때, 언제 어디에서나 편안한 휴식을 선사했던 음악처럼 소주가 떠오른다. 특히 가을날 마른 잎 하나가 무릎 위..

초호화 호텔이 증언하는 우리 시대의 '양극화'

우리가 상위 0.1%라고 부르는 부자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놀고 마신다. '값비싼 것'에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데다 '사회적 체면'과 '자기만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술 한 잔을 마셔도 맛, 서비스, 분위기 등 외적인 면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사회적 명성과 재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외제차와 명품 잡화로 치장하고 자연스럽게 큰 규모의 초호화 호텔로 모여든다. 이들이 하룻밤 유흥비로 쓰는 액수는 보통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다. 때문에 호텔 안에서는 소위 부자들만의 비밀보장과 물관리가 자연스럽게 유지돼 자신들의 이야기가 바깥세상으로 퍼지지 않는다. 이런 점도 부자들이 호텔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 부자가 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NH투자증권 100세시..

예비군 훈련, 좀 바뀌었나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예비군 동원훈련이 2년 6개월 만에 재개된다. 훈련 기간은 2022년 6월 20일부터 12월 15일까지다. 동원훈련은 유사시에 전시 임무를 수행하도록 평시에 2박 3일 동안 예비군을 소집해 펼치는 훈련이다. 예비군 훈련이 재개된다고 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훈련 때 지급하는 훈련비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교육 내용이 어떻게 구성됐을지 걱정됐다. 예비군 훈련의 시작은 복장 검사다. 본인이 맞는지 신분증을 확인하고 전투복, 전투화 등을 제대로 갖췄는지 살핀 뒤 입장을 허용한다. 잠시 훈련장에 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으면 총을 나눠준다. 그리고 교육일정에 맞춰 어떤 조는 총을 쏘고, 어떤 조는 화생방 실습을 하고, 어떤 조는 안보교육 등을 받는다. 교육은 조별로 돌아가면서 실시된다. 교..

인도를 달리는 전동킥보드(씽씽), 자전거(따릉이) 어떠세요?

인도를 걷다 전동 킥보드(씽씽) 엔진 돌아가는 소리, 자전거(따릉이) 체인 돌아가는 소리에 자주 놀란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에서 운영한다는 운송수단들 때문에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다. 재수 없는 날에는 킥보드와 자전거가 앞뒤에서 한꺼번에 나타난다. 킥보드 운전자는 헬멧을 쓰지 않는 것도 모자라 2명이 타고 있다. 킥보드는 자전거도로가 아니면 도로 우측에서 달려야 한다. 인도에서는 안된다. 자전거는 인도에서 이용 가능하지만 보행객들을 위해 인도 운행은 자제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킥보드나 자전거 모두 전용도로에서 달리는 거다. 그런데도 인도가 마치 자기들 전용도로인양 '비켜라'고 벨을 울려댄다. 씽씽이나 따릉이에게 교통수단의 역할을 시키려면 제대로 길을 만들어 놓..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최우선 역할은 무엇일까?

종교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영적인 역할을 중시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종교는 사회변혁운동으로부터 멀리 있었고, 사회 전반에 대한 진보적인 인식도 부족해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경향마저 있다.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종교 간의 대립이 심하고 다른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협하기도 하다. 기독교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쓰나미라는 재앙이 찾아왔다는 한 목사의 설교는 타 종교와의 마찰과 견해를 포용하려는 관용의 미덕에서 무지에 가까워 보인다. 종교생활을 하면서도 개인의 복덕과 영적 구원에 집착하거나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이 부재한 것은 종교의 과도한 부작용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교는 ..

도박 권하는 사회, 돈만 벌면 된다는 빈곤한 철학

가정집에서 판돈 3천여만 원을 걸고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6명이 구속됐다. 경남 하동에서는 화투 도박을 하다 돈을 잃은 것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질러 일반건조물방화 협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한 타에 최고 1천만 원을 걸고 억대 내기 골프를 한 사람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수백억대 해외 원정도박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도 있었고, 도박에 빠져 쪽박을 찬 유명 연예인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도박 병리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줬다. 인터넷 도박의 폐해도 속출했다. 인터넷 도박에 빠진 한 주부가 전세금, 적금, 자녀 양육비 등을 모두 탕진하기도 했고, 인터넷 도박을 벌이다 적발된 사람은 교수, 의사, 대학생, 교사 등의 여러 부류를 넘나들었다. 뿐만 아니라 명절에 벌인 소소한 도박판에서 점점 많은 ..

경제적 빈곤과 고독에 몸부침치는 노인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핵가족의 확산, 산업의 발달과 서구 중심의 사상이 원인 "외롭지. 찾아오는 자식들도 없고, 경로당에서 친구들하고 10원짜리 화투나 치는 게 더 재밌어. 영감도 없는데 집구석에서 혼자 있어봤자 뭐해." 경로당의 오후 풍경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끓여준 잔치국수 한 그릇 얻어먹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할아버지들은 내기 윷놀이로, 할머니들은 10원짜리 고스톱으로 명절을 보냈다. 그러나 작년, 재작년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19의 침습으로 노인들의 건강이 더욱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외로움도 늘었으며, 우울증이 앓는 노인도 상당수다. 그 중심에는 핵가족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옛날에는 자식이 결혼하면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

저출산, 육아는 누구의 몫일까?

대기업에 근무하는 33살 김모씨는 적잖은 봉급을 받는 샐러리맨이다. 그럼에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둘째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심 중이다. 독하게 마음먹고 아내를 설득해봐도, 아내는 육아 및 탁아시설 부족, 과중한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결정하지 못했다.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27살 이모씨는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려고 했지만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녀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신, 출산으로 인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복직투쟁을 벌였다. 홍보, 마케팅 일을 해온 36살 홍모씨는 아이를 낳고 15년간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이들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