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에 상을 주고 이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했다. 우리만화연대와 한국카툰협회 등 만화 관련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부의 협박성 조치가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블랙리스트 사태와 판박이라며 규탄했다.
'윤석열차'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해 사퇴당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묘사해 광주비엔날레에 전시장에서 철거당한 홍성담 화백의 그림 '세월오월'을 떠올리게 했다. 또 검찰의 종복몰이 표적 수사로 아수라장이 된 신은미, 황선 씨의 '통일콘서트'와 주류 지배층의 억압에 저항해 '표현의 자유'를 외쳤던 철학자 스피노자도 생각나게 했다.
스피노자는 '철학자들의 그리스도'라고 불린다. 철학자들은 정치와 사회적 제도, 부조리와 부정, 내면의 억압과 공포에 굴복될 때마다 스피노자의 책 '신학정치론'을 가까이했다. 스피노자는 이 책을 친구 아드리안 쿠르바흐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썼다. 아드리안은 네덜란드 지배층인 칼뱅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잡혀가 목숨을 잃었다. 예상대로 '신학정치론'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악마의 책'으로 금서 조치돼 불태워졌다.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에서 군주제와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칼뱅파 교권주의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다. 사상과 견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가장 악랄한 폭정으로 규정하면서 지배층에 대한 생각, 의견, 주장을 억압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창했다. 당시 정치와 교회를 장악한 주류 지배층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면 무조건 이단으로 몰아세우면서 깨어 있는 지식인과 시민들에게 '찍'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차'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의 견해를 막아서는 곤란하다. 주류 지배층에 대한 비판은 언제 어디서든지 넓게 열려 있어야 민주주의다. 주류 지배층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단으로 몰아세워 죽였던 군주와 교권주의자들의 억압, 스피노자가 그토록 분노했던 짓거리와 이번 사태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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