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TV에서 '힘들지, 맛있는 S라면이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같은 라면광고를 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원초적이고 유치한 광고다. 눈깔사탕 한 봉지가 100원하던 시절에 조금만 돈을 보태면 라면을 먹을 수 있었으니, TV광고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촌스런 주황색 봉지 뒷면에는 라면을 맛있게 끓여먹는 조리법이 있었다. 어른이 된 뒤에는 대충 끓여 먹지만 그때는 고지식하게도 물 양을 맞춰 끓인 뒤 면과 수프를 넣고 3분이 지나야만 먹었다. 그 당시에 왜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라면을 끓여 먹었는지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는 라면 면발이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 쫄깃한 것보다는 푹 끓여서 적당히 익혀 먹는 것을 선호한다. 다른 첨가물은 넣지 않지만 꼭 달걀은 추가한다. 라면 못지않게 달걀을 좋아해서다. 그것도 달걀이나 라면의 순수한 맛을 잃지 않도록 노른자와 흰자를 그대로 익힌 게 좋다. 수프는 꼭 3분의 1이나 절반을 넣는다. 수프를 다 넣으면 내 입맛에 매우 짜다. 라면을 먹을 때에도 젓가락으로 많은 양을 잡지 않는다. 라면의 웨이브가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먹는 게 좋다.
라면이 좋은 이유는 '맛' 때문이다. 언제 어디에서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감칠맛이 난다. 내가 달걀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라면이다. 게다가 김치, 만두 등 갖가지 첨가물을 넣어 끓이면 색다른 맛을 연출할 수 있으며 낚시터나 산장, MT 등에서도 간편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 그만이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라면은 편리하고, 값이 싸고, 맛이 특별하며, 식품으로서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세계의 평화와 식량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라면 조리법이 있듯이 나도 마찬가지다. 라면은 이렇게 끓여야 맛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기 입맛에 맞게 조리하면 그게 최고의 레시피다. 가끔 라면의 간편한 조리법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커피 2개, 프림 2개, 설탕 2개를 타는 것보다 더 쉬운 것 같다. 물이 끓으면 면과 수프를 넣고 끓이면 되니까.
원래 라면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어 발음은 '라미엔'. 국수를 기름에 튀겨 비상식량으로 먹었던 음식인데,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중국군 포로의 짐 꾸러기에서 발견해 전 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라면은 이때부터 등장한 것으로, 면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국물은 고기나 해물을 끓여 만든 육수를 사용한다.
라면은 1958년 인스턴스 식품으로 탄생됐다. 오사카의 '닛신식품'은 처음으로 '치킨 라면'을 생산해 전쟁으로 식량난에 빠진 국민들의 배를 채웠다. 이때부터 라면은 국민식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라면이 처음 한국에 소개된 해는 1963년이다. S식품의 회장이 서울 남대문 시장이 꿀꿀이 죽을 사 먹는 시민들을 보고 처음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 라면은 정부의 혼분식 정책과 맞물려 정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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