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위 0.1%라고 부르는 부자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놀고 마신다. '값비싼 것'에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데다 '사회적 체면'과 '자기만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술 한 잔을 마셔도 맛, 서비스, 분위기 등 외적인 면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사회적 명성과 재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외제차와 명품 잡화로 치장하고 자연스럽게 큰 규모의 초호화 호텔로 모여든다.
이들이 하룻밤 유흥비로 쓰는 액수는 보통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다. 때문에 호텔 안에서는 소위 부자들만의 비밀보장과 물관리가 자연스럽게 유지돼 자신들의 이야기가 바깥세상으로 퍼지지 않는다. 이런 점도 부자들이 호텔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 부자가 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펴낸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29억 2010만 원이며, 이들의 연 소득은 2억 1571만 원이었다. 그럼 상위 0.1%는 어떠할까? 이들 가구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77억 원이었다.
4성급 이상의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사회의 상위 0.1%이며, 기득권 계급이다. 이들은 매일매일 하루 벌어먹고사는 사람들, 기초적인 생계조차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점점 더 심화되는 우리 사회의 슬픈 단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26세 A씨(모 기업 손자)와 27세 B씨(강남 모 병원 원장 아들)의 나이트 라이프를 예로 살펴보자.
오후 6시.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BMW 자가용을 타고 A씨가 호텔 정문에 도착한다. A씨는 차문을 열어주며 인사하는 도어맨에게 키를 맞기고 호텔 2층으로 올라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바에서 와인을 시켜놓고 B씨를 기다린다. 보통 와인 가격은 3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 10분 뒤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난 B씨는 2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A씨를 만난다.
두 사람은 30분 정도 환담을 나눈 뒤 와인을 3분의 1 정도 남긴 채 바에서 나와 유럽식 정통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오픈 키친에서는 스테이크가 익어가고 최고급 프랑스 요리가 일곱 번에 걸쳐 서비스된다. 격조 높은 분위기는 우아한 술을 부르는 법. 100만 원 정도 하는 꼬냑을 곁들인다. 이들은 식비로 지불한 돈은 160만 원이다.
8시경 식사를 마치고 시야가 탁 트인 로비 라운지에서 한 잔에 2만 원 정도 하는 차와 스낵을 즐기면서 지하에 있는 나이트클럽에 사람들이 차길 기다린다. 이들은 기다림이 따분했는지 노래방으로 향한다. 호텔에 있는 노래방은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가요주점. 안락한 소파에 앉아 가볍게 양주를 들이키며 최고의 음향 시스템을 즐긴다. 여기서도 이들은 50만 원을 쓴다.
두 사람은 10시가 되자 지하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호텔 정문에는 나이트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외제차들이 굴비처럼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최고급 양주를 시키고 춤을 추면서 하루를 즐길만한 여자를 찾는다. 대부분 초호화 호텔 나이트클럽에는 다트와 당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영국식 바,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밀실이 함께 있다. 두 사람은 유흥비로 200만 원을 지불한 뒤 여자들과 함께 미리 예약된 객실로 향한다.
양극화가 점점 격화되고 있다. 언론들은 빈부격차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하지만 돈만 있다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적 논리를 그대로 추종한다. 가난한 계급들이 '부자를 도와 그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조를 변함없이 유지한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방식으로 사는 것에 딴죽을 걸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얼마나 있느냐가 인생의 승패를 가늠한다며 무한경쟁과 이기심을 부추긴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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