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각나무

저출산, 육아는 누구의 몫일까?

이동권 2021. 11. 23. 16:09

 

대기업에 근무하는 33살 김모씨는 적잖은 봉급을 받는 샐러리맨이다. 그럼에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둘째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심 중이다. 독하게 마음먹고 아내를 설득해봐도, 아내는 육아 및 탁아시설 부족, 과중한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결정하지 못했다.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27살 이모씨는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려고 했지만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녀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신, 출산으로 인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복직투쟁을 벌였다.

홍보, 마케팅 일을 해온 36살 홍모씨는 아이를 낳고 15년간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이들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고, 야간이나 휴일 등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특수보육 시설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20년 전에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의 사연은 지금도 유효하다. 세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저출산 문제는 육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가족 구성원의 책임으로 떠맡기려는 국가 정책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아이 키우는 것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육아, 교육,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자녀 안 낳는 이유는 경제와 육아문제

한국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인은 산후 직장 복귀가 어렵다는 점, 육아비용의 증대로 경제적 압박이 커진 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희망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사정(51.2%), 육아문제(37.8%) 순이었다.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선진국들은 육아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일찌감치 정책과제로 수용했다. 저렴하고 완벽한 탁아시설과 충분한 양육비 지원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또 공공보육 시설을 확대하고 제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집중해 1.5~2명에 가까운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16세 미만의 자녀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부모가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면 18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보육시설에서 길러준다. 육아휴직과 여성 재고용에 대해 관대하며 각종 세금 면제 및 직장 내 여성차별적인 요소도 개선했다.

프랑스는 스웨덴에 비해 더욱 광범위한 재정지원정책을 도입했다. 16세 이하의 자녀가 2명 이상이면 매달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3세 이하의 자녀나 임산부에 대해서는 영, 유아 수당 및 보충급여 혜택을 준다.

독일은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아동과 청소년 보호법'을 통해 유아원, 유치원에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육아, 보육시설 교사 수 또한 확대해 교육의 질도 높였다. 독일의 보육시설은 공립, 사립과 무관하게 운영되며 저소득층에게는 전액 면제 혜택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