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각나무

도박 권하는 사회, 돈만 벌면 된다는 빈곤한 철학

이동권 2022. 7. 31. 17:21

강남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가정집에서 판돈 3천여만 원을 걸고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6명이 구속됐다. 경남 하동에서는 화투 도박을 하다 돈을 잃은 것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질러 일반건조물방화 협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한 타에 최고 1천만 원을 걸고 억대 내기 골프를 한 사람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수백억대 해외 원정도박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도 있었고, 도박에 빠져 쪽박을 찬 유명 연예인의 사례는 우리 사회의 도박 병리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줬다.

인터넷 도박의 폐해도 속출했다. 인터넷 도박에 빠진 한 주부가 전세금, 적금, 자녀 양육비 등을 모두 탕진하기도 했고, 인터넷 도박을 벌이다 적발된 사람은 교수, 의사, 대학생, 교사 등의 여러 부류를 넘나들었다. 뿐만 아니라 명절에 벌인 소소한 도박판에서 점점 많은 돈이 오가다 친인척 관계를 끊는 일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전자화폐 투자도 붐이다. 지인 자금과 대출을 당겨 몇 억씩 투자했다 망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코인 투자, 말이 투자지 도박이다. 대박을 꿈꾸며 노동 없이 전자화폐 플랫폼에 돈을 집어넣고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행위가 도박이 아니고 무엇이랴.

한국은 전통적으로 노름에 관대하다. 독서나 음악감상, 미술관 관람이나 산책 등을 권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경제적 풍요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향락에 몰입하는 현실이 도박을 양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도박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에서 도박이 성행하는 것은 우연한 일도 아니며, 강원랜드 같은 합법적인 카지노 산업이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도 새삼스럽지 않다.

도박은 술, 담배, 마약 등과 달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는 도박 사업을 통해 짭짤한 세금을 걷었으나 대신 국민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각급 지자체들은 도박장 개설을 통해 수입을 올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십 군데가 성업중이며 소, 개, 닭싸움을 통한 전통적인 도박판도 날로 늘고 있다. 도박에 대한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자본주의의 만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사회 전반의 가치관을 어지렵혀도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다. 

정부는 도박으로 인한 가정파탄, 재산탕진 등의 병폐와 정신질환적인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분별한 도박장 건립과 도박을 조장하는 각종 법률의 개악을 막고, 이미 설치된 도박장에 대해서는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도박 산업 전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법률을 전면 제, 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