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각나무

경제적 빈곤과 고독에 몸부침치는 노인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동권 2022. 7. 31. 17:02

복지시설 샘터마을에서 노후를 보내는 노인 ⓒ샘터마을

 

핵가족의 확산, 산업의 발달과 서구 중심의 사상이 원인

"외롭지. 찾아오는 자식들도 없고, 경로당에서 친구들하고 10원짜리 화투나 치는 게 더 재밌어. 영감도 없는데 집구석에서 혼자 있어봤자 뭐해."

경로당의 오후 풍경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끓여준 잔치국수 한 그릇 얻어먹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할아버지들은 내기 윷놀이로, 할머니들은 10원짜리 고스톱으로 명절을 보냈다. 그러나 작년, 재작년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19의 침습으로 노인들의 건강이 더욱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외로움도 늘었으며, 우울증이 앓는 노인도 상당수다. 그 중심에는 핵가족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옛날에는 자식이 결혼하면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핵가족화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으며 농업 중심의 생산체계는 더 많은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의 결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예전만큼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족이 많다고 하여 생산력이 증대하지 않았으며, 가족이 생산보다는 소비 중심으로 바뀌면서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자녀교육과 취업을 위해 도시로 이주했고 부모 곁을 떠났다. 또 서구 중심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나'보다는 '가족'을 중요시하던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삶에 대한 욕구는 대가족을 불편해했고 생활의 질과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핵가족은 대가족보다 더욱 유리했다.

핵가족 제도에도 장점이 있다. 핵가족은 가족 구성원이 독립적이다. 자신의 고유성과 능력에 따라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또 가정의 중심이 아버지에서 부부 협조 관계로 변화되면서 평등주의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되고 핵가족이 보편화되면서 갖가지 가정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생활의 터전을 버리고 이동할 수 없었던 대가족 노인들의 소외문제, 부부의 불화로 인한 이혼, 청소년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첫째 부부 불화다. 부부의 갈등을 통제하고 조정해 줄 사람이 없어 이혼율이 높아졌다. 핵가족은 혈연의 의한 조직보다는 애정으로 결합한 조직이다. 대가족 제도에서의 혈연은 끊어지기가 어렵고 안정적인 반면, 핵가족 제도에서는 부모의 애정이 가정을 이루는 기초가 되므로 가정의 틀을 유지하는데 안정적인 부부관계가 중요하다. 

둘째 소외노인증가다. 대가족 제도에서 재산권을 쥔 노인들이 모든 의사의 최고 결정권자였다. 손자들을 훈육하면서 노후를 즐겼고 의식주를 비롯한 각종 질병과 정서생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핵가족화는 노인들을 소외시켰다. 고령화로 농촌의 노인들은 많은 일을 하게 됐고 도시의 노인들은 일거리가 없어 공원이나 경로당을 전전하게 됐다. 수입도 줄어 경제적 곤란에 이르렀고 질병이나 외로움에 고통을 받고 있다.

셋째 자녀의 일탈이다. 대가족 제도에서 가정은 자녀에 대한 교육과 통제력이 강했다. 집안 어른들과 자식들이 함께 있는 시간들이 많아 자연스러운 학습이 이뤄졌다. 그러나 핵가족에서는 구성원들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부모들의 사회생활이 확대되면서 자녀들과 사이가 멀어졌다. 그로 인해 자녀들은 집에서보다 집 밖의 또래 집단과 관계를 발전시키게 됐다.

 

국가와 개인의 역할 분담으로 노인복지 해결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고, 끼니를 거르다 부패한 모습으로 발견되는 노인들의 실상이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생활능력이 부족한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경제적 빈곤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어가고 고독과 소외감, 건강과 여가활용 등 전반적인 노인부양 정책 부재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노인복지정책은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부분적인 혜택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들은 경제성장의 미명 아래 모든 것을 희생했던 세대였지만 경제적 빈곤과 외로움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고 있으며, 성장 위주의 정책들이 노인복지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더욱더 차디찬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

핵가족화와 서구문화 유입으로 효를 중요시하던 가족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노인복지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마인드 부재 때문일까? 도대체 가족의 문제인가, 국가의 문제인가?

노인문제의 해결점에서 바라보면 가족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족은 복지제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혜택을 받는 노인 스스로 매우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부양의무를 가정에 떠맡기는데 한계가 있다. 노인들의 경제적, 신체적 욕구를 해결해 주기에 노인복지제도 자체가 미흡한 데다, 가족이 부담할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양기능이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가는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가정은 정서적 부양에 집중하는 것이 답을 것이다. 국가가 모든 노인의 사회적 최저보장과 기초적 욕구 해결을 보장하고, 가족의 노인보호 부양을 대체할 수 있는 제반 노인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을 정착하면 어떠할까. 이러한 노인복지정책이 기반이 되면 자연스럽게 핵가족화의 부작용은 상쇄되고, 가족의 자발적인 노부모 부양기능은 강화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