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124

론 뮤윅(Ron Mueck) - 미술사의 선물, 하이퍼리얼리즘

론 뮤윅의 작품은 출생, 즉 삶의 시작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벌거벗은 모습이 대부분이다. 순수한 영혼의 갈구, 인간사에 대한 담백하고 솔직한 탐구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자 삶에 대한 회고의 성격을 지닌다. 그의 비범한 기술과 섬세한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조각들은 인간의 육체와 감정에 대한 편견과 오만을 없애고 순수한 영혼의 쉼터를 제공해준다. 론 뮤윅은 영화나 TV 속의 장면을 스케치하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일을 하면서 예술가가 됐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학벌을 지닌 인물도 아니다. 소위 예술계에는 학벌주의가 팽배해 있어 귀감이 될만한 일이다. 학력보다는 재능과 소양을 높이 평가하는 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 같아 굉장히 부럽다. 주위에서는 그를 비판하..

크리스티안 헤르데그(Christian Herdeg) - 자기 절제로 실현한 순수 미학

보통 네온 아티스트를 얘기하면 미국 작가 댄 플래빈을 떠올린다. 네온 아티스트로서 그만큼 세상에 많이 알려진 아티스트도 드물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만한 네온 아티스트가 한 명 더 있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도시 한편에서 들이키는 따뜻한 커피처럼 특별하면서도 소박한 작가, 크리스티안 헤르데그(Christian Herdeg)다. 그는 댄 플래빈과 같이 미니멀 아트의 계보를 따른다. 작품에 주관적인 감성을 최대한 억제해 색채와 형태를 단순화한다. 그래서 네온 아트지만 요란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미니멀니즘은 엄격하고 소극적이며 순수한 형태의 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고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색과 구조의 절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미적 소양이 있..

임옥상 - 끈질긴 현실인식과 민중미학의 수용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봤던 작품의 작가는 아마 임옥상 화백일 것이다. 시대가 원하고, 사회가 조명하길 바랐던 곳엔 늘 임옥상 화백의 작품과 메시지가 있었다. 임옥상 화백의 붓은 동양화가 모태다. 부감법이나 준법을 이용해 사실성과 깊이를 더하며 번짐의 농도와 형태를 이용한 파묵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어떤 재료나 형식을 이용하더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의 그림 속에는 화가 임옥상만의 독특한 표현방법과 날카로운 주제의식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전쟁과 폭력, 이질적인 문화의 경계속에서 추락해가는 인간들의 자화상, 못 가진 이들의 삶과 고통, 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들춰내는 현실 등은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임옥상 화백은 미술..

난타 USA - 유쾌통쾌하게 말하는 반미

난타 USA, 반미는 민중미술의 예술 행위에서 아주 상투적이고 오래된 이슈다. 예술적 주제로 다루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정치적 슬로건인 셈. 그들은 왜 반미를 끄집어내 전시 주제로 선택한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 해묵은 주제의식이라는 관념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목소리를 내보자는 미술적 자각에서 기인한다. 그러면서 미제국주의의 횡포, 전쟁과 폭력이 남긴 상처, 이질적인 문화의 경계 속에서 추락해가는 사람들의 삶과 고통을 발언해 보자는 것이다. 난타 USA는 미술이 갖는 고상한 추론에서 벗어나 대중 미학의 아름다움을 수용하고 반미의식을 분출함으로써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흉측한 미국의 모습을 들춰내려는 미술적 힘이며 끈질긴 현실인식에서 비롯한 감각적인 저항과 전투다. 프로젝트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