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네온 아티스트를 얘기하면 미국 작가 댄 플래빈을 떠올린다. 네온 아티스트로서 그만큼 세상에 많이 알려진 아티스트도 드물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만한 네온 아티스트가 한 명 더 있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도시 한편에서 들이키는 따뜻한 커피처럼 특별하면서도 소박한 작가, 크리스티안 헤르데그(Christian Herdeg)다.
그는 댄 플래빈과 같이 미니멀 아트의 계보를 따른다. 작품에 주관적인 감성을 최대한 억제해 색채와 형태를 단순화한다. 그래서 네온 아트지만 요란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미니멀니즘은 엄격하고 소극적이며 순수한 형태의 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고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색과 구조의 절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미적 소양이 있어야만 의식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헤르데그는 고무와 Plexiglas(플렉스 유리 - 가구나 창문으로 사용하는 고급유리)에 다양한 원료를 혼합해 기하학적 형태의 네온을 만든다. 작품에 사용되는 유리관은 그림물감으로 색칠해서 최고급 코팅을 하는데, 그 이유는 네온이라는 소재 자체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 작품으로서 커다란 콤플렉스가 아닐 수 없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할 수 없는, 그런 현실적인 아픔이 있다.
그의 예술철학은 순수하고 단순해서 네온이라는 소재와 잘 어울린다. 그는 역동적인 빛의 조절과 색상의 배치를 통해 네온 아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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