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봤던 작품의 작가는 아마 임옥상 화백일 것이다. 시대가 원하고, 사회가 조명하길 바랐던 곳엔 늘 임옥상 화백의 작품과 메시지가 있었다.
임옥상 화백의 붓은 동양화가 모태다. 부감법이나 준법을 이용해 사실성과 깊이를 더하며 번짐의 농도와 형태를 이용한 파묵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어떤 재료나 형식을 이용하더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의 그림 속에는 화가 임옥상만의 독특한 표현방법과 날카로운 주제의식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전쟁과 폭력, 이질적인 문화의 경계속에서 추락해가는 인간들의 자화상, 못 가진 이들의 삶과 고통, 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들춰내는 현실 등은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임옥상 화백은 미술이 갖는 자본주의적인 추론에서 벗어나 대중미학의 아름다움을 수용하고 주제를 표현함으로써,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그의 모습이며 끈질긴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임 화백이 주로 그려내는 주제는 거세게 몰아치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 열강들의 제국주의적인 폭력에 대한 위기의식, 서구적 문화에 오염되는 문화 정체성,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암울한 삶과 우리 시대의 기이한 자화상이다.
그는 탁월한 선전가이다. 인간에 얽힌 이야기들을 화폭에 담아 여러가지 기호나 구제척인 언어의 형식을 빌어 고발하고 분노한다. 그가 현실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투쟁과 선동의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표현 기법이며, 혼성적이고 기발한 필체로 쏟아낸 메시지들은 현실의 문제를 끊어 내려는 항거의 형식이자 금기와 억압을 조롱하는 이 시대 지식인의 저항이다.
임옥상 화백의 작품은 대담한 용기와 자유에서 비롯된 형식의 파괴, 현실을 조롱하는 주제의식, 권력의 황량한 권위의식과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자유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지만 대중성을 잃지 않으려는 생명력이 살아 있어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그는 한국 민중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나고 오묘한 재능을 지닌 작가 중에 한 명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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