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를 재배하는 방법은 다른 작물과 다르지 않다. 생육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제초와 병충해 예방에 힘쓰며, 적시에 잔디를 깎아주면 된다. 그런데도 잔디가 판매되지 않으면 품종을 바꿔야 한다. 우수한 잔디 품종을 선별해 심는 것이 잔디 농가의 수익을 높이는 비결이다. 보기 좋고 관리하기 편한 잔디를 싫어할 소비자는 없다.
장성에서 35년간 잔디를 재배하는 정응기 씨는 2015년에 삼성에서 개발한 신품종 그린에버를 심었다. 한국잔디협회에서 개발한 두 가지 신품종을 심었다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까닭이다. 게다가 삼성이 잔디를 모두 구매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품종이 좋건, 말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삼성에서 잔디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는 조건으로 신품종 잔디 그린에버를 제공했다. 지자체에서는 안정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소득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삼성과 협약을 맺고 희망 농가를 선정했다.”
정 씨는 그린에버를 키우면서 깜짝 놀랐다. 잔디 품종이 매우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린에버는 잔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빛깔이나 맵시부터가 달랐다. 키는 작고 촘촘했으며 발에 밟히는 촉감도 부드러웠다. 그는 잔디를 손으로 눌러가며 잔디가 좋다고 웃어버린다.
“이제까지 키워본 잔디 중에 제일 좋은 품종이다. 장성중지, 한지형잔디보다 키우기 쉽다. 골프장, 학교 운동장이라든지 여러 방면에 사용하더라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관리하기도 편하다. 중지는 일 년에 7번은 깎아야 하는데 그린에버는 3번 정도만 깎으면 수확할 수 있다. 병충해에도 굉장히 강하다. 작년에 1번 방제를 했고 그 뒤로는 뿌리지 않았는데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일반 잔디는 병명이 밝혀지지 않은 병이 와서 재배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그린에버는 그런 게 없었다. 2015년 5월 21일에 심었는데 잔디가 100%다 찼다. 삼성에서 5월에 수확을 하겠다고 얘기가 됐다.”
정응기 씨는 계속해서 그린에버를 재배하기 원한다. 삼성과 계약재배를 하면 가장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린에버를 키우고 싶어 한다. 그린에버의 우수성을 직접 재배하면서 확인해서다. 정 씨뿐만 아니라 삼성과 계약재배를 원하는 농가들이 많다. 삼성은 2015년에 계약재배 면적을 3만 평으로 한정해 많은 농가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삼성과 계약재배를 고민했던 농가들도 그린에버를 직접 보고 만져본 뒤에는 확신이 섰다. 삼성이 계약재배를 계속하겠다면 당장이라도 심을 태세다. 아직까지 계약재배 연장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삼성이 그린에버 계약재배를 원하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계약재배 면적도 확대되길 바란다. 저번에 삼성 실무진들이 잔디를 보러 왔을 때 재배면적을 좀 더 확장해 달라는 얘기도 했다. 그린에버는 품종이 우수하다. 누구나 잔디를 손대보면 아주 좋다고 평가한다. 잔디가 부드럽고, 키도 안 크고, 탄탄하다. 위로는 자라지 않고 바닥으로만 뻗어나간다. 이 잔디가 우수해서 사업자들이나 공사 시행자들도 선호할 것이다. 만약에 삼성이 그린에버 품종을 시장에 내놓으면 재배농가에서 선호하는 잔디 품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작물은 재배할 때 취약점이 있다. 잔디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잔디라도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린에버를 재배할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그린에버를 정성스럽게 키워왔던 정 씨의 의견이 궁금하다.
“중지를 키우다 그린에버로 바꿀 때 잔디가 혼합되면 안 된다. 다른 종과 섞이면 농사를 망친다. 그 과정에서 경비가 많이 들 것 같아 염려가 되긴 한다. 또 그린에버가 제초제 부분에서 약한 면이 있는데 그 부분은 관리를 잘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시범적으로 그린에버를 심었기 때문에 제초제를 한 번만 뿌리고 풀밭을 매 줬다. 잡초 없애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넓은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으려면 인건비가 많이 든다. 그린에버도 제초제를 이용해 잡초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협의회, 간담회 같은 데 나가면 그린에버가 좋은 잔디다, 이 잔디로 나가야 잔디 재배 농가가 산다고 얘기한다. 중지는 한계가 왔기 때문에 신품종 잔디로 대체해야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린에버를 잘 키우는 일은 잔디 농가의 몫이다. 거기에 외부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걱정없이 잔디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 지자체나 삼성, 잔디협회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삼성에서 계약재배를 할 때 종자를 전부 지원해줬지만 다른 것은 지원이 없었다. 영양제, 비료, 제초제를 지원해 주면 생산 농가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일이다. 홍보는 생산자 협의회에서 다각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장성 삼서면이 전국 잔디의 70%를 재배하고 있다. 농가들이 고소득을 낼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에 힘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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