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그래 그 영화

말레피센트 - 과한 욕심은 불행을 부르고,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2014년작

이동권 2022. 10. 25. 23:20

말레피센트(Maleficent), 로버트 스트롬버그(Robert Stromberg) 감독 2014년작


삶은 한이 없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뿐더러, 생명은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만다. 영화 <말레피센트>는 말한다. 삶은 자기완성이 아니라 자기해체라고, 산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하나씩 비우는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욕망을 놓지 않은 삶은 불행만 초래한다. 행복은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영혼을 다스리고, 현실적인 관념을 이겨내는 것에 달렸다. 

말레피센트. 우리에게 사악한 악녀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고전명작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의 아름다움을 시샘해 치명적인 저주를 내리는 사악한 마녀로 등장한다. 하지만 원래 그녀는 추악하지 않았다. 저주의 빛이 가득 서린 얼굴로 사나운 말로 으르대고, 한없는 증오의 칼날을 휘두르는 마녀가 아니었다. 

말레피센트의 큰 눈은 깊고, 목소리는 맑았으며, 난폭한 구석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섬세했다. 두 날개를 펼치면 그지없는 몸매가 드러나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욕망의 재물로 바쳐진 뒤 변했다. 인간에게 상처받고 사랑에 배신당한 뒤 어마어마한 괴물이 됐다. 악랄한 마군으로부터 요정의 영역을 지키던 순한 왕녀가 어느 순간 표독한 마술사, 소름 끼치는 병기가 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부분이 마음을 다스리느냐에 따라 선인도 되고, 악인도 된다. 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말레피센트는 이 영화에서 두 번 변한다. 인간의 욕망에 진노한 뒤 철갑처럼 차고 딱딱하게 굳어갔지만 후에는 공주의 천사 같은 미소에 자신의 사악한 마음을 뉘우친다. 그리고 공주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거는 싸움에 나선다. 

이 영화를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사악하고 악독한 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미워 죽겠고, 나중에는 약까지 오른다. 말레피센트에 파랗게 질려 발을 구르며 화를 내는 왕은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왕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의 날개를 자르고, 평생 그녀의 아우라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병자로 변해가는 왕.  최고의 재력과 힘을 지닌 왕은 왜 욕망을 버리지 못했을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뒤따랐다면 말레피센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악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어리석고, 탐욕적이다. 

진실한 사랑으로 뜨겁게 주고받는 마음이 있어야만 깊은 행복이 깃들 수 있겠다. 자신의 선한 마음을 키우고, 자신이 가진 것을 아무런 바람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이 가장 위대하다. 또 아무리 어렵더라도 낙관적으로 보고, 너무 욕심을 내지 말라는 삶의 지혜가 영화 <말레피센트>에 담겨 있다.

<말레피센트>를 보기 전 참고할 만한 3가지 상황을 짚어보면, 이 영화의 반전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이죽거리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한 부분만 비슷할 뿐이지,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믿고 봐도 괜찮다. 또 이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은 최절정 환상을 묘사해 낸다. 영화 <아바타>와 견줄만한 판타지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너무 어린아이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울 수도 있겠다. 말레피센트로 변한 안젤리나 졸리는 외모 자체만으로도 무서움증을 유발한다. 초등학교 정도는 다녀야 감당하겠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활짝 웃는 그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마음에 따라 얼굴도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