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5. 22:44ㆍ이야기/그래 그 영화

영화를 보는 재미보다 내용이나 관점이 흥미로운 영화가 있다. 영화 <끝까지 간다>가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동시대 경찰의 모습을 감독의 시선으로 투영한다. 충분히 비난하며 즐기면 좋겠다. 연민이나 응원도 필요 없다. 현실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기에 영화를 보면서 참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자신의 죄를 수사 과정에서 숨길 수 있는 경찰의 악랄한 행위를 그린다. 스릴러건, 액션이건, 형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뇌물수수는 기본. 뺑소니 사고를 은폐하고, 돈을 위해서는 사람도 죽이는, 못되고 닳아빠진 경찰 이야기가 고갱이다.
범죄 영화는 선악을 대립시켜 감동을 극대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못된 놈도 부족해 못된 놈을 이용하려는 더 못된 놈이 나온다. 그런데 그 놈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경찰이다. 한마디로 고약한 영화다.
김성훈 감독은 경찰에 굉장히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듯싶다. 영화는 감독의 세계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김 감독은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이 없어 보인다. 이기적이고 타락한 세상에 상처 입은 마음이 느껴진다. 마지막 '돼지금고'의 반전이 기가 막힌 건 그런 이유였다.
이선균. 참으로 못된 경찰이다. 경찰서에 감찰반이 급습하자 어머니 장례조차 내팽개치고 나온다. 책상 서랍에 뇌물로 받은 돈뭉치를 숨겨 놓은 까닭이다. 그는 경찰서에 가는 도중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고 살인을 은폐한다. 만약 경찰에 신고했다면 그렇게까지 사건이 커지지 않았다. 죽음의 원인도 비교적 깔끔하게 밝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살인 은폐로 경찰의 부도덕성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게다가 끔찍한 사체 유기 상황을 만든다.
어머니 관 뚜껑을 여는 이선균을 보면서 정말 인간이 아니라 악마다 싶어 눈이 감긴다. 게다가 그는 살기 위해 무덤을 파고, 다시 관 뚜껑을 연다. 정말 계속해서 뚜껑이 열리는 설정이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여태까지 본 영화들 중에서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는 분명했다.
이선균의 살인 은폐는 완벽하지 않았다. 이후 상황은 영화 제목처럼 불운과 범죄, 압박과 협박,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만 더 못된 경찰 조진웅에게 이선균이 계속 당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죽기 살기로 치닫는다. 이 장면에서 이선균을 바라보는 시선이 동정이나 연민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자칫 인간과 동물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선마저 무너질 것 같은 노파심에 강조한다.
결론은 굉장히 엉뚱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못된 놈에게 다가온 뜻밖의 선물, 한 마디로 불쾌했다. 우리 사회를 떠나고 싶은 느낌, 세월호 침몰로 해경에 대한 신뢰가 망가진 정서에서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이 영화는 액션도 못됐다. 비열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영화 내용과 잘 매치된 느낌.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고 기절, 구멍 뚫린 문으로 나온 팔을 노끈으로 고정, 아파트 벽을 필사적으로 탈출해 가는 곳이 거실 등 매우 현실적인 액션이다. 이렇게 표현하길 잘한 것 같다. 너무 잘 싸우고, 멋졌다면 상황과 액션이 따로 노는 결과가 됐을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첫 도입부터 엇갈린 간극이 해소되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영화 제목대로 끝까지 간다. 이선균의 몰지각한 행동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계속해서 연결되는 아이러니한 설정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유니크한 범죄 코메디물로 희화했다면 더욱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이선균, 조진웅의 연기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연기도 볼만 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못된 놈들의 비열함을 제대로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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