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그래 그 영화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 - 명탐정의 호기, 서극 감독 2013년작

이동권 2022. 10. 10. 20:29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狄仁傑之神都龍王) 서극 감독 2013년작


추리영화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사건의 실마리를 함께 풀어가는 재미다. 마지막에 전혀 생각지 못한 진실과 마주하는 희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적인 호기심까지 인다면 최고의 추리영화다. 집요하게 옳고 그름을 파헤치며 범인을 잡아내는 호기는 감탄사를 절로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추리영화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셜록홈즈>다. 셜록홈즈는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이 1887년에 쓴 <주홍빛 연구>에 처음 등장했다. 홈즈는 명석한 두뇌와 천재적인 추리능력, 험난한 위험도 굴하지 않는 용기와 남자 냄새 풀풀 풍기는 매력으로 이리저리 뒤엉킨 사건을 해결하면서 100년 넘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소설 속 홈즈의 집주소인 ‘베이커가 221번지’에는 아직도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가 도착해 우편배달부를 당혹스럽게 한다고.

셜록홈즈는 여자만 보면 발정난 개처럼 달려드는 호색가지만 설국의 늑대처럼 번쩍이는 눈으로 먹잇감을 요리하는 명탐정이기도 하다. 때론 여자에게 차이고, 때론 바보처럼 쳐 맞고, 때론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지만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다. 홈즈의 외모는 훈남을 넘어 섹시하다. 머리도 좋지만 싸움도 잘하는 전천후 캐릭터다. 또 성격은 급하지만 신중하고, 침대에서 뒹구는 와중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희희낙락 웃어버려 여자들에게 원성을 사는 엉뚱맨이기도 하다.

영국에 셜록홈즈가 있다면 중국에는 적인걸이 있다. 적인걸이 나오는 영화는 현재 2편까지 개봉됐다. 그런데 개봉일이 공교롭다. 적인걸 1편은 셜록홈즈 1편이 나온 다음해에, 적인걸 2편은 셜록홈즈 2편이 나온 다음해에 개봉되면서 두 천재 수사관은 스크린 속에서 두뇌싸움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셜록홈즈와 적인걸의 케릭터는 다르다. 두 사람 모두 머리가 좋고 싸움도 잘한다. 그러나 적인걸은 셜록홈즈와 태생부터 다르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通天帝國之狄仁傑) 서극 감독 2010년작



적인걸은 당나라 때 실존했던 인물이다. 적인걸은 중국의 측천무후가 세운 무주 시대에 재상을 지냈다. 그는 사법기관의 관리인 대리승으로, 당 왕조의 부활에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성격이 강직하고 청렴하며 소탈했다. 그래서 재직기간 동안 1만7천여 건의 사건을 판결하면서 잘못된 판결이나 억울한 자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적인걸은 그야말로 총명한 남자다. 셜록홈즈처럼 뛰어난 훈남도 아니고 여색을 밝히지도 않는다. 황당한 말도, 터무니없는 행동도 할 줄 모르는 모범생이다.

적인걸은 홍콩영화의 산증인인 서극 감독의 손으로 탄생됐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서극 감독을 빼놓고는 홍콩 영화를 설명할 수 없다. 최가박당, 예스마담, 동방불패, 신용문객잔, 청사, 영웅본색, 천녀유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이 영화들의 제작, 각본, 편집, 특수효과 등을 도맡으며 홍콩영화의 신기원을 이뤄냈다.

서극 감독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1979년작 <접변>이다. 이후 1980년에는 <제일유형위험>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검열 대상에 올랐고, 곧바로 상영금지됐다. 이 영화는 심심풀이로 시작한 장난이 난투극으로 발전해 파멸로 치닫는 내용으로, 거침없는 폭력과 흉측함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해인 1981년 서극 감독은 영화 <귀마지다성>으로 금마장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서극 감독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는 1992년작 <황비홍-남아당자강>이다. 이어 그는 <촉산>, <소호강호>, <청사>, <칼>, <촉산전>, <칠검>, <용문비갑> 등 강렬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거장’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최근 그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명판관 적인걸을 주인공으로 두 편의 영화를 내놓았다. <적인걸:측전무후의 비밀>과 <적인걸2:신도해왕의 비밀>이다. 적인걸 2편은 1편 이전의 얘기로 측전무후가 왕위로 등극하기 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엄연히 말해서 2편이 아닌 셈이다.

적인걸 1편은 당나라 고종 승하 이후 대륙 최초의 여황제로 등극한 측전무후의 즉위식을 며칠 앞두고 펼쳐진다. 적인걸은 측전무후의 심복들이 차례로 불에 타 죽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맡아 풀게 된다. 백성들은 하늘의 분노라고 측전무후의 즉위를 비난한다. 하지만 적인걸은 대신들의 죽음이 인체에서 자연발화 돼 죽었다는 것을 밝히고 측전무후와 황제 자리를 노린 반란의 음모를 해결한다.

2편은 측전무후가 젊은 시절 황후로 있을 때의 얘기다. 적인걸이 당나라 재상이 되기 전 고향을 떠나 낙양으로 온다. 그때도 측전무후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대륙을 주무르고 있었지만 반대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측전무후는 반대 세력들을 부여국과의 전쟁에 참전시켜 혼란을 수습하려고 한다. 그러나 수십만의 대군이 바다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을 만나 전멸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백성들은 용왕의 분노라며 그 당시 최고의 명기 은예희를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 적인걸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람까지 제물로 바치려는 장사치들에게서 은예희를 구하려다 정체모를 괴물과 마주치며 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2편은 첫 시작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진행된다. 대륙의 영화답게 스케일도 크고,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이 영화에서는 빠른 영화, 눈이 즐거운 영화만을 선호하는 젊은 영화팬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서극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감각적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세부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공을 들였다. 보는 내내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특히 사건을 해결하는 적인걸의 기지는 대단하다.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그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지만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는 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액션 또한 서극 감독의 이름에 걸맞다. 단 컴퓨터 그래픽이 너무 많아서 판타지 같은 느낌이 강하다. 여주인공 안젤라 베이비는 남심을 자극할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답다. 영화 <천녀유혼>의 왕조현이 재림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또 이 영화에는 한국 배우 김범이 출연해 훈훈한 미모를 과시한다. 쏠쏠한 감동이다.

영화 <적인걸2:신도해왕의 비밀>에서는 유머러스한 명탐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정통 쿵푸나 사극을 좋아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 볼 만하다. 이런 저런 판단과 취향은 내버려두고 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가족영화로 그만이다. 폭력 수위가 높은 장면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액션과 적인걸의 추리력, 냉정함, 배짱, 정의로움, 자신감은 이 영화의 단점을 모두 다 상쇄한다.

 

<적인걸3: 사대천왕>은 2018년도에 개봉했다. 3편에서 황후 측천무후는 여황제가 되려고 적인걸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근위대장에게 항룡간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적인결은 수사 도중 황후의 야심을 이용해 황실에 복수를 꿈꾸는 세력을 알게 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3편은 주우정, 유가령, 풍소봉, 임경신 등 중국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며, 웅장한 세트와 스펙터글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

 

 

적인걸3: 사대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