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 ‘노킹 온 해븐스 도어’를 왜 소개하느냐고 묻는 독자가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모두 사는 모양이 다르다. 하지만 살기에 겪는 고통, 숨이 끊어지는 결말은 누구나 똑같다.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한다. 욕망하면서 고통을 잉태하고, 더 잘 살기 위해 애쓰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를 보면 영국의 시인 ‘말로’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죽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다.’ 말로는 신을 부정하는 논문을 써 29년의 짧은 생애를 사는 동안 파문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가 죽은 뒤에도 가족들은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영화 ‘노킹 온 해븐스 도어’는 죽음이 지닌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는다. 쭈글쭈글한 주름살로 육체의 생명력이 소진된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루하루를 더 살기 위해 사투하는 과정을 그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텁텁한 담배연기와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데킬라 그리고 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무모한 질주를 주요하게 포착한다. 그러면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두 젊은이를 통해 인간이 살면서 구하는 것들이 얼마나 덧없고 허망한지 알려준다. 또 죽음 앞에서 겪게 되는 혹독한 성찰과 애상을 잔잔하게 읊는다.
악성 뇌종양과 골수암을 앓고 있는 환자 루디와 마틴이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병원 주방에서 난데없이 쓰디쓴 데킬라를 마신다.
루디는 “우리는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신다”고 말하면서 바다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고백한다. 마틴은 “천국에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다.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얘기할 뿐”이라며 루디에게 바다에 가자고 말한다. 루디가 자신 없는 표정을 짓자 마틴은 “그럼 천국에서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설득하고 두 사람은 함께 바다로 떠난다.
두 사람은 갱단 두목의 차를 훔친다. 그런데 이 차에는 ‘검은돈’ 100만 달러가 실려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두 사람은 갱단과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우여곡절 끝에 석양이 진 바다에 도착한다. 바닷가에서 마틴은 데킬라를 마시고, 루디는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 죽음을 맞는다. 그 순간 노래 ‘노킹 온 해븐스 도어’가 흘러나온다.
죽기 전에 바다를 본 두 사람은 이제 천국에서 할 얘기가 생긴 것일까. 이 장면에서 문득 두 사람을 쫓던 갱단 두목이 한 말이 스친다. “천국은 주제가 하나야. 붉게 노을진 바다. ……. 하지만 유일하게 남은 불은 마음속의 불꽃이지.”
이 영화를 표면적으로만 보면 괜히 슬퍼지고 눈물이 난다. 죽음에는 어둠이 서려 있고, 절망이 깃들어 있고, 끝이 없는 고독이 스며들어 있다고 느껴서다. 삶이란 것이 별다르지 않기에, 사람도, 사랑도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도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아니 홀로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온다. 두 사람이 죽을 때 곁에 있었던 것은 오직 데킬라와 담배 그리고 바다뿐이었다.
갱단 두목이 남긴 말에서 또 다른 함의를 찾을 수 있다.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난 말기암환자 루디와 마틴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노을 진 해변에서 발견하는 천국에서의 얘깃거리는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고였다. 사람은 죽음을 느끼는 순간 자신을 성찰한다. 타락과 소멸을 순수와 재생으로 이끌기 위해 본능적으로 전력을 다하게 돼 있다. 그래서 죽음 또한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마틴과 루디는 바다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삶의 덧없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아름다웠는지, 자신의 죽음이 산자들의 가슴에 남아 재생의 힘을 주었는지도 성찰하게 된다. 마틴과 루디가 강렬한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이다. 그래, 이미 삶은 끝났다.
이 영화는 말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죽음을 생각하면서 나약해지지 말고 더욱 강해져라. 숙명이라 여기며 위로하지 말고, 삶을 보다 깊고 섬세하게 채우고, 한없이 성숙해지도록 노력해라. 마지막 생존을 위해 살다가는 스스로 암흑에 갇히고 만다. 타인을 향해 시선을 돌려야 마지막은 재생으로 갈 수 있다. 인간은 격랑에 밀리고 추위에 움츠렸다가 죽음의 세계 위에 서지만 다시 재생의 바람으로 산 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죽음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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