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우드(인도 영화산업)에는 화려한 춤과 노래가 항상 등장한다. 다큐나 소수의 리얼리즘 영화를 제외한 모든 영화에 뮤지컬적인 요소가 삽입된다. 영화 상영 중에 갑자기 춤과 노래가 나와 ‘몰입을 방해한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의 재미를 상승시킨다’거나 ‘극적인 분위기를 살려준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인도 영화의 춤과 노래를 아주 즐겁게 감상하는 편에 속한다.
볼리우드는 한결같이 따뜻하고 낙천적이다. 액션영화나 공포영화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이 강조되고 사랑과 공경, 존중과 이해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삼는다. 게다가 내용도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 악인에 대한 응징, 난관을 극복한 성공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스토리에 신을 섬기는 전통적인 도덕을 가미해서 관객들을 가르치는 게 인도 영화다.
볼리우드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다. 5곡 정도의 노래와 춤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데다 스토리 전개 또한 급하지 않다. 그래서 상영 시간이 대부분 2시간 30분에 이른다. 불리우드는 특별한 애정표현은 없지만 에로틱하고 사랑스러운 것도 특징이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카메라 앵글, 간접적인 표현 등을 통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살려낸다. 그래서 인도 영화는 보면 볼수록 중독이 된다.
볼리우드는 인도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할리우드 명작도 인도에서는 흥행에 참패할 정도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인도식으로 변형된 짝퉁 작품이 인기를 끈다. 인도에서는 매년 10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자국영화의 상영비율은 97%에 이른다. 매년 티켓 판매량은 40억 매 이상이다.
인도 영화 ‘그 남자의 사랑법’은 기존의 ‘볼리우드’ 영화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무희로 변하고, 영화 속의 영화에 주인공이 등장해 뜬금없는 쇼를 연출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야기가 차분하게 전개된다. (인도 영화에서 무희로 나오는 사람을 ‘아이템 걸’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도에서 톱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촬영장에서도 위세가 대단하다.)
‘그 남자의 사랑법’은 운명처럼 다가온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모범생’과 ‘날라리’를 오가는 한 남자의 이중생활을 그린 영화다.
수리. 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다. 스며드는 것 같은 웃음, 섬세하고 예의 바른 말투,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순진한 행동, 그렇다고 특별히 친하거나 다정스럽게 대하지 않는 태도, 서두르거나 경솔하지 않고 신중하게 타인의 얘기를 경청해주는 착한 남자다.
타니는 수리와 다르다. 수리가 이성적이라면 타니는 감성적이고, 수리가 사랑을 통해 주체가 됐다면 타니는 새로운 사랑에 운명적으로 몸을 맡긴 사람이다. 하지만 타니도 훌륭한 여자다.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넘치고 아름다우며 활달하다. 또 뭔가 나무랄 데가 없이 총기 가득한 신부다.
수리는 타니와 운명적으로 결혼한다. 수리는 사랑의 깊이와 한계를 깨닫고 타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라지라는 인물로 변신한다. 라지는 사랑을 책임감 없이 받아들이는 어설픈 대상이 아니다. 라지는 타니에게 수리의 신중한 사랑을 알려주기 위한 매개로 다가선다. 타니는 신중한 수리보다 기쁨을 주는 라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럼에도 수리는 신중한 사랑의 가치를 믿고 신에게 의지하면서 끝까지 타니에게 사랑과 이해를 베푼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운명은 사랑으로 완성될 것인가.
이 영화는 인도 영화라는 도식을 따르고 있지만,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한 바보 같은 남자를 통해 오래된 나무처럼 늘 제자리를 지키고, 진실함을 찾아 헌신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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