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 그녀를 방치한 세상을 바꿀 생각 있나? 이지승 감독 2012년작

2022. 10. 4. 10:57이야기/그래 그 영화

공정사회, 이지승 감독 2012년작


인간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인간 같지 않은’에 모두 분노한다. 이데올로기에 휩쓸려 ‘짐승 같은’이 돼버리는 역사도 있었지만 인간성에 대한 희구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기주의, 비인간화, 물질 쾌락주의에 대해 마땅한 대안과 전망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적, 사회적 좌표와 관계없이 현재 사회구조에 절망을 느끼거나 인간적인 삶에 대한 가능성을 근심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말 미래 사회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역할을 수면 위로 올려 얘기할 때가 됐다. 영화 '공정사회'는 이정표 없는 체제가 ‘반인간’적인 사회를 가속화시키고,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린 딸이 성폭행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돼 돌아온다. 하지만 절차를 운운하는 형사, 자신의 명예만 중요시하는 남편, 정신적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딸은 주인공을 극단으로 몰고 가고, 주인공을 복수의 화신으로 만든다. 성폭행범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다? 범죄자를 단죄하는 것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영화에서라도 시원한 복수가 필요하다? 전혀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절망의 극에 이르러서야 비소로 희망의 의미를 알게 된다. 병적인 방종과 질투의 끝에 이르고 나서야 무시무시한 욕망의 정체가 발견되듯이, 이 영화는 관객들을 더 나아갈 데가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 “스스로 생각 좀, 관심 좀 갖고 살아 달라”고 일갈한다.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주인공이 공정치 못한 처단으로 치닫는 결말을 보여주면서 답답하고 참혹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비춘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우리의 생각이 결여돼 있다거나 삶을 개선시킬 정책, 혹은 개혁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사회의 변혁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주인공은 처절한 응징으로 밑바닥 정의를 실현하면서 인간성 회복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묻는다. 그 해답은 바로 백납처럼 차가운 현실, 자본주의의 만능에 대한 ‘초월’이다. 우리 사회는 불평등, 특권, 권력, 재벌 등 자본주의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가 비인간화로 이어져왔다. 직접적으로는 범죄자의 개인적인 문제 같지만, 성폭행범이나 형사나 치과의사나 아줌마나 모두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영화 공정사회를 통해 이지승 감독에게서 본 것은 거대하고 공정한 체제에 대한 염원이다. 하지만 정책을 마련하고, 관행을 고치고, 제재 수위를 높이면 우리가 원하는 낙원은 성취되지 않는다. 그것은 섣부른 기대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그러한 기대를 조장하면서 잘 살게 해주겠다고 꼬드겨왔다.

오히려 쉬운 것은 완전한 폐기다. 오작동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완하고 비인간화되는 우리 사회를 과거의 것으로 되돌리는 중심에는 민주주의와 좋은 사회 건설에 대한 열망, 사회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영화 공정사회는 우리 스스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우선 지식과 노동의 공유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것을 나누고, 나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으로 살아야 인간 삶의 번영은 시작된다. 당신은 그럴 생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