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세월은 대부분 기쁨도 없이, 엄격한 감정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먹고사는 일에 얽매이며 보내온 나날이었지요. 늘 고독하게 앉아 아치형 창문 밑에서 졸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선량하고 억척스럽게, 마치 꿈을 꾸듯이 자식들의 안녕을 기원해 주셨던 어머니. 지난밤의 꿈처럼 흐리멍텅하고 부족한 아들을,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기며 투정 부리는 아들을 이제는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께서는 늘 베풀기만 하셨습니다. 풍요로움과 거기서부터 얻어지는 수확, 그것의 나눔 그리고 다시 영원한 수수께끼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씨앗, 이것이 바로 어머니이며 당신의 사랑이었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눈길로 자식들을 바라보셨고, 가장 빛나는 손으로 어루만져 주셨다는 것을 압니다. 늘 관대함과 엄격함에 충만하셨고 거짓을 몰랐으며 온갖 무가치하고 비본질적인 것, 우연에 대해 현혹되지 않도록 일깨워주셨습니다. 그것은 아들의 가슴에 닿는 축복의 손길이었고, 검은 눈동자를 또렷하게 만드는 한 줄기 빛이었으며,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주는 빛나는 문이었습니다. 봄날의 미풍처럼 은은한 향기를 지닌,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선물이었지요.
언제부턴가 어머니라는 존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순간부터 숱한 불면을 겪게 됐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하늘이 까맣게 무너져 내리는 안타까움을 맛보아야만 했지요. 이 세상에서 이토록 사나운 절망이 또 있을까요. 삶이 무한한 것이 아니기에 참고 견딜 뿐입니다. 먼 훗날 어머니라는 이름이 그리움으로 출렁이며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 것입니다.
늙고 병들어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까 노심초사하시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돌려 눕지도 못하고,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똥 기저귀를 이불속으로 말아 감추는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곱은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외로울까, 배고플까 걱정하시던 사랑을 어찌 다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항상 아들을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마음으로, 찬란한 밤하늘의 별빛처럼 오랫동안 아들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주세요. 비록 육체는 사라졌지만 부디 오래오래 곁에.
어느 시인의 아름다운 구절도 어머니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예찬할 수 없습니다. 아들 또한 가슴속에 심어 준 어머니의 따뜻함과 평화에 대한 고마움을 이 몇 마디 글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단지 어머니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모든 인생에서, 자식이야말로 가장 자랑스럽고도 값진 것으로 생각하며 삶의 온갖 노고와 고초를 이겨내셨던 그 위대한 힘을 조금이나마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정말로 고맙고, 고맙습니다. 정말로 힘든 삶을 살아오셨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자식 걱정은 잊고 편안하게 쉬셨으면 합니다. 이삭이 익어 가는 금빛 들판처럼, 그 옛날 ‘청춘’이라는 열정처럼, 시도 때도 없이 넘치던 어릴 적 환한 미소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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