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황재형 - 삶과 예술을 일치한 광부화가

이동권 2022. 9. 26. 01:55

고무씹기 ⓒ황재형


황재형은 민중미술 단체 '임술년'의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민중미술 작품을 발표했다. 하지만 1983년 돌연 태백으로 내려간 이후 3년간 광부로 살면서 태백 탄광촌과 지역 사람들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삶과 예술을 일치하며 기층민의 삶에 대한 연민과 소박하지만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냉철하게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태백이라는 장소적 특수성과 황재형의 특별한 인생 이력에 빗대어 사람들은 그를 '광부화가', '탄광촌의 화가'로 부르지만 그의 그림 속에는 대상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원숙한 시각, 인물과 현장의 사실성을 드러내기 위한 화가의 고민이 가득하다.

황재형의 그림은 밑그림이 대단히 사실적이다. 훌륭한 데생력과 묘사력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덧칠을 가하면서 형상을 지워나간다. 형태를 다듬어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형상을 부숴버리면서 화면에 강조와 변형을 가한다. 붓을 쓰지 않고 나이프로 강한 터치를 가하면서 외형적 사실성과 내면적 진정성을 부여한다.

 

 

터 ⓒ황재형

 

식사 ⓒ황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