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빌 비올라(Bill Viola) -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이동권 2022. 9. 27. 20:26

Bill Viola, Tempest (Study for the Raft), 2005. Color high-definition video on flat panel display mounted on wall, 66 × 109 × 10.2 cm, 16:50 minutes. Photo: Kira Perov.


광주비엔날레였을 것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물줄기에 온 몸이 흠뻑 젖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는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복잡한 머리가 정화되고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통쾌함이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라면 빌 비올라는 비디오 아트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한 선구자다. 그는 건축, 음악, 방송, 퍼포먼스 등을 비디오와 결합시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면서 '인간과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비디오 아트라는 매체로 형상화했다. 이를 테면 탄생, 성장, 죽음, 의식 같은 단어다.

'해변 없는 바다(Ocean Without a Shore)' 같은 작품을 보면 그는 흐릿한 인간의 형상이 밝은 공간에 나오면서 점점 실체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인간이 보이지 않는 경계, 즉 특수 장비로 설치된 물 장막을 넘으면서 완전한 인간이 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변화되는 인간의 외적인 모습을 통해 변화되는 내면을 투영해내는 방식이다. 여기서 물 장막은 삶과 죽음 사이의 간극인 동시에 일종의 보이지 않는 힘을 상징한다.

빌 비올라의 작품이 전통 미술과 비교해 서정성이나 심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는 전통 미술 이상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표현해내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거기에는 그가 특정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업에 접근하는 연유도 있다. 그는 동서양의 미술은 물론 불교, 이슬람, 기독교의 정신적 전통에 작업의 근원을 두고 있다.

빌 비올라는 1951년 뉴욕에서 태어나 1995년 미국 대표로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1997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기획한 '빌 비올라: 25년간의 연구 (Bill Viola: A 25-Year Survey)'가 4년에 걸쳐 미국과 유럽의 6개의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됐으며, 이후 그는 2002년 베를린 구겐하임에서의 '사자의 서(Going Forth By Day)', 2003년 로스앤젤레스의 J. 폴 게티 미술관에서의 '감정(The Passions)', 2006년 동경 모리미술관에서의 '빌 비올라: 첫 번째 꿈(First Dream)' 등의 주요 개인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