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비싼거야. 나도 그리겠구만."
원색 물감을 뿌려놓은 하얀 캔버스를 본 사람의 말이다. 그는 이런 작품이 몇 억씩이나 한다는 게 믿기지 않은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왜 이 그림이 그렇게만 보이는 것일까' 의아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현대미술은 직관적인 예술 같지만 전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지적인 예술이다.
샘 프랜시스(Sam Francis)는 뿌리기 기법으로 추상회화의 서정성을 극대화시킨 대표적인 화가다. 그는 의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공군에 입대했지만 척추에 상처를 입고 전역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파리에서 앵포르멜 운동에 자극을 받은 뒤 이를 자신들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그의 작품은 색과 구성 그리고 그것이 서로 얽혀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복잡한 뉘앙스가 특징이다. 그는 그림 물감을 흘려보내거나 색깔의 중복효과와 번짐을 이용해 작업한다. 화면의 구성은 색채를 이용한 대비를 즐겼으며, 화면 가장자리에는 채도가 높은 색을 사용하고 중심부는 공백으로 두는 원심적 구도를 지향했다.
현대미술은 그의 작품을 액션페인팅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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