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천경자 - 삶의 절망과 좌절이 담긴 여인의 눈망울

이동권 2022. 9. 25. 17:55

꽃다발을 안은 여인 ⓒ천경자


클로드 모네 작품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에 들렸다 천경자 화가의 그림을 덤으로 보게 됐다. 그의 작품은 이미 본 적이 있어서 이전보다 감동은 덜했지만 마음을 잡아당기는 매력만은 그대로였다.

천경자 화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충실하게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그림은 겉으로는 아름답고 찬연해 보여도 속에는 여러 가지 상징성이 내포돼 있다. 여기에는 인간 내면세계의 복잡함, 자연의 신비로움, 생명의 경이로움, 예술의 아름다움 등 다양한 사유의 세계가 포함된다.

 

그녀의 작품에는 고독하고 쓸쓸한 여성의 모습이 숨어 있다. 이 사실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눈망울을 자세하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녀는 두 번의 결혼 실패와 여동생의 죽음, 또 화가로 살아가면서 느껴야 했던 절망과 좌절 등 자신의 이야기가 여인의 눈망울에 이입했다.

천경자 화가는 1960년대 채색화를 왜색풍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경시했던 그 험난한 세월을 이겨내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적 세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고집과 작가정신 때문에 한국미술사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강하며, 그녀는 독보적인 화풍을 지닌 중심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는 '색채의 마술사'다. 작품에 강렬한 색채로 뒤엉킨 꽃다지와 나비, 새, 뱀 등이 함께 등장시켜 이색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그녀의 작품은 아무리 어지럽고 우중충한 공간에 있더라도 판타스틱한 꿈의 세계를 연출하며 주위를 화사하게 바꾼다.

 

 

그라나아의 여자도서관장 ⓒ천경자

 

사월 ⓒ천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