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모두 다르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일지라도 빛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찍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사진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유독 그 다름의 깊이가 달라 특별한 감흥을 주는 사진이 있다. 열렬하게 사모하도록 만들지는 못하지만 치를 떨며 자신과 만나게 하는 사진이다. 그런 사진은 인간의 즐거움과 슬픔의 근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니나 글래서(Nina Glaser)의 사진이 바로 그런 사진이다.
니나 글래서의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내 모습과 대면하는 것처럼 머릿속이 정신없이 울부짖으며 흩어져버렸다. 아직까지도 그 사진들을 떠올릴 때면 거칠고 척박한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는 피사체들에게 둘러싸인 채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정말 혹독한 경험이었다.
니나 글래서는 사진만 찍는 사진가는 아니다. 여러 미디어를 혼합해 작업하는 아티스트다. 이스라엘 태생으로 군에 복무하면서 인간 본성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 그녀는 전쟁의 참상과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경고한다. 더 이상 서로 죽이지 말라고, 우리는 사랑이 필요하다고.
정녕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나.
니나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장작불처럼 제 몸을 태우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아름답고 처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로테스크하고 흉측해 순식간에 소름이 돋아 오른다. 어떤 사진들은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주는 중압감에 압도된 탓도 있지만, 벌거벗은 피사체들이 건네는 침묵은 전율 그 자체다.
니나 글래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더욱 만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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