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가다 아메르(Ghada Amer) - 실과 바늘로 남성 억압에 저항하기

이동권 2022. 9. 25. 02:39

Knotty but Nice , 2005, Paintings, Acrylic, embroidery and gel medium on canvas ⓒGhada Amer


2000년 광주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보았던 이집트 출신의 작가 가다 아메르(Ghada Amer)의 작품이 잊히지 않는다. 무수하게 얽히고설킨 실들이 만들어낸 오묘한 형상 앞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던 기억이 있다.

가다 아메르는 진보적인 성향의 아버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외교관이자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을 지지했던 아버지를 따라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라 여성의 삶을 보고 배우며 이집트 여성들의 권익과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가다 아메르는 물감과 붓 대신 실과 바늘을 이용해 여성성을 강조한다. 바느질 기법을 이용해 독자적인 페인팅 기법으로 발전시켰다. 전통적인 회화에 반하는 혁명이자 작가들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하는 추상표현주의의 의도마저 파괴하는 형식이다.

그녀는 포르노 잡지의 모델을 캔버스에 옮긴 후 실과 바늘을 이용해 자수를 뜬 뒤 아크릴 액체로 정착시켰다. 남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포르노 잡지의 모델로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했다.

가다 아메르는 작품에 텍스트를 자주 차용한다. 성적으로 금기시된 문장을 넣어 남성 억압적인 사회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저항한다.

 

Kewenig, 2016, Mixed Media, Acrylic, embroidery and gel on canvas ⓒGhada Amer

 

Small Leaves – RFGA, 2014, Acrylic, embroidery and gel medium on canvas ⓒGhada 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