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활과 건강

황사는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현상

이동권 2022. 9. 22. 23:27

청와대와 경복궁을 덮은 황사


버스에 앉아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은 모래먼지를 보고 있으면 한바탕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영화 속 도시가 생각난다. 갑작스럽게 지각변동이 일어나 세상이 온통 먼지로 가득 차 버린 도시.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움츠려 든다.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황사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황사는 모래와 진흙이 뒤섞인 뢰스(황토)가 모래폭풍과 같은 바람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다. 건조한 모래는 강한 햇볕을 내리쬐고 강한 바람이 불면 대류가 생겨 그 부력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이 모래는 대기 상층까지 올라가 기류를 타고 이동해 아시아 전역을 뒤덮는다.

황사는 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발원지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다. 이곳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매우 건조해 부서지기 쉬운 모래 먼지가 많이 생기는 지역이다. 

중국과 몽골 지역 등 아시아 대륙 중심부에서 발원한 황사는 한반도와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하와이나 미국, 심지어 알래스카 북쪽 해안까지 날아간다. 

황사는 무시무시한 모래폭풍과 함께 생기기 때문에 아주 심할 때는 몇 미터 앞도 분간할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에 날아오는 황사는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지 않는다. 안개가 낀 것처럼 대기를 떠돌며 하늘을 누런 황갈색으로 만든다. 한국에는 주로 3월 ~ 4월까지 발생한다. 예전에는 3일에서 6일 정도만 관측할 수 있었지만 그 빈도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황사가 발생하는 지역은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식생을 파괴한다. 토양이 바람에 쓸려가면서 비옥한 토양 지대를 메마르게 해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중국은 황사 때문에 매년 20억 톤의 토양이 유실돼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총면적의 15.9%가 사막화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몽골의 경우에는 국토의 90%가 사막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황사는 상층기류를 타고 한반도 하늘을 뒤덮는다. 공기 중의 먼지 정도로 쉽게 생각했다가는 눈병,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앓게 된다. 또 황사에 포함된 미세 입자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각종 산화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흡연자에게는 만성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노인과 아이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나 교통수단의 정상적인 운항을 방해하며, 자동차나 기계에 황사가 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강물이나 토양을 오염시키며 식물의 기공을 막아 성장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황사가 가득한 하늘은 전율을 일으킨다. 언젠가 황사가 정말 심해지는 날이 오면 온 세상이 흙에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