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조윤경 장애인푸른아우성 대표 - 장애인도 성적욕구 있다

이동권 2022. 9. 14. 23:01

조윤경 장애인푸른아우성 대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장애인의 인권도 점차 신장되고 있으며, 가정이나 사회 속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성에 대한 의식만큼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먹고 자는 것처럼 섹스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이 요원하기만 한 하다.

 

장애인 성은 세상에 끄집어내서는 안 되는 남사스러운 문제로, 이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장애인의 성적 권리는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에 휩싸여 성폭행의 대상이나 노리개 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인이 되면서 당연히 배워야 하고, 성인으로서 당당하게 누려야 할 성에 대한 권익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짓밟히고 있으며, 장애유형과 연령을 고려한 특화된 교육은 오리무중이다.

장애인의 성 정체성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장애인푸른아우성'이 태동했다. 장애인푸른아우성은 2003년 12월 '장애인 아름다운 성' 모임으로 시작해 2005년 1월 센터를 꾸리고, 3월 '장애인푸른아우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장애인푸른아우성은 다른 단체들처럼 성폭력 사후대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을 예방하고 장애인 성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영역별 성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에 관한 전반적인 상담과 치료, 교육 프로그램 개발, 미팅 사업 등 장애인 성에 관한 토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윤경 '장애인푸른아우성' 대표와의 만남에는 장진영 운영위원, 유승현 소장도 함께했다. 단체를 운영하면서 힘든 일이 무엇인지 먼저 물었다.

"재정문제입니다. 후원하실 만한 능력이 있는 분들의 대부분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40~50대 분들인데, 푸른아우성이 이상한 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장애인 성이 여성성에 대한 문제인지, 장애인 복지에 대한 문제인지 정체성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장애인 성을 단순하게 여성이나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 대표는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이든 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희 단체를 남녀가 하루 만나 즐길 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또 장애인들은 복지관을 이용하거나 무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저희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참여도가 뚝 떨어집니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 원하면 하룻밤 보낼 수도 있는데,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죄책감을 느낍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성적으로 동등하게 여겨야 하는데, 장애인의 성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은 손이 닿지 않아서 '자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도 없다. 어떻게 보면 장애인 성 문제는 사면초과에 빠진 상황이다. 그러나 사회는 장애인 성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재활 측면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이들은 장애인의 성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무성적인 존재로 생각해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장애인 성을 '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전반에 걸친 이야기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장애인을 무성적인 존재, 여성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로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몸이 불편하니까 환경에 대해서는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괜찮다면 장애인이 아니라 개성 있는 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윤경 대표는 장애인 스스로 사회적인 교류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장애를 숨기면 안 됩니다. 이기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죠. 장애인들도 사회와 어울리면서 적극적으로 얘기하면 비장애인들이 '아 이런 게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텐데 집에만 있으니 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인터넷 방송으로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윤경 대표는 장애인 성폭행에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오아시스'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때 이 영화는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을 사랑으로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았죠. 특히 장애인 주인공이 꿈속에서 비장애인으로 변해 나오는 장면은 매우 불쾌했습니다.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정말 비상식적이고 불편한 것이죠. 일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화부 장관까지 했던 이창동 감독이 이렇게 생각이 짧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지요. 한 정신지체 장애인 여성이 오빠들 몇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오빠들이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니까 그렇게 알고만 있었지, 본인은 성폭행을 당한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의 경우에는 교육이 무척 중요하거든요. 또 장애인은 약자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비장애인들이 있는데, 장애인이라고 해서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