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김자인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 오른쪽 다리만으로 일반부 1등

이동권 2022. 9. 15. 00:37

김자인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김자인 선수가 19살, 일산동고등학생에 다닐 때 만났다. 그때 그녀는 떡잎이 새파란 한국의 스포츠클라이밍 유망주였고, 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지도자가 됐다.

예쁘장하고 갸름한 얼굴에 난 주근깨가 앳된 김자인 학생. 깁스한 왼쪽 다리를 덜렁거리며 홀드를 잡고 매달려 있는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불편한 다리 때문인지 굳게 다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마저도 가냘프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외모만 보면 아이돌 스타를 쫓아다니는 여느 여학생들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자인 학생은 남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다. 암벽을 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작고 귀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어깻죽지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근육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더군다나 그녀는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인공외벽에서 열린 등반대회에서 목발을 짚고 참가하는 투혼을 발휘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자인 학생은 불의의 사고로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해 의기소침해 있었다. 오랫동안 자신이 추구해 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상처는 도리어 그녀에게 보석처럼 아름다운 지혜를 가르쳤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없다는 것. 그녀는 찢어지는 통증을 이겨내며 훈련에 임했고, 마침내 오른쪽 발과 두 손만을 사용해 제9회 서울특별시장기 등반경기대회 여자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가 끝난 뒤 김자인 학생은 "그동안 힘들었던 훈련 과정을 되돌아보며 자축"했으며 절망을 모르는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삶의 '희열'과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녀는 또 장애를 가졌거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했다. 고통으로부터 '찬란한 보석'이 탄생한 것이다.


김자인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스포츠클라이밍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첫 세계 무대인 프랑스 샤모니 월드컵에 출전해 41위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기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이를 발판으로 같은 해에 열린 중국 상하이 월드컵에 나가 세계 7위로 이름을 올렸고 인공암벽을 탄지 6년 만에 브르노 월드컵 대회에서 세계 5위를 달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김자인 학생은 이제 세계 정상 등극만이 남은 셈이다. 

 

김자인 학생이 어떻게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그녀는 "오빠들이 스포츠클라이밍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연습장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만큼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고통도 있을만하다. 그러나 그녀는 "힘들다기보다는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자인 학생은 스포츠 클라이밍에 욕심이 많다. 겉으로만 봐도 깡다구가 있고 고집이 세 보인다. 때문에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분한 마음에 울기까지 한단다. 그녀는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 또 "우리나라에 스포츠클라이밍이 많이 알려지는데 도움을 주고, 또 선수로서도 사랑받고 싶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김자인 학생의 별명은 '연습벌레'로 통한다. 산악인 어머니의 영향도 일부분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남들은 타고났다고 할지 모르지만, 자인이는 쉬면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복근 훈련을 할 만큼 성실하다"고 말했다.

 

김자인 학생은 학교 다닐 때에는 방과 후 4시간을 훈련하고, 방학 때에는 하루 7시간을 인공암벽에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