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이라고 불리는 낯짝 넓은 고양이를 만났다. <쑨>은 쫙 찢어진 눈과 오종종한 코, 비옥한 이마와 인중을 가지고 있지만 정말 귀엽고 앙증맞은 녀석이다. 무거운 기운이 가득 앉은 거실에 갖다 놓으면 거무스름하고 텁텁했던 분위기가 단번에 화사해질 것만 같다.
<쑨>의 여동생 <피피>는 투덜이다. 감정적이고 여성스러운 언니에 비해 불평, 불만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언니에게만 적용된다. <피피>는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언니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것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피피>는 뜻밖에도 <쑨>을 잘 따른다. 말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쑨> 옆에서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준다. 그래서 둘은 너무도 다르고도 닮아 싸우는 일이 흔하다.
<쑨>과 피피 고양이 캐릭터를 만든 캐릭터 그룹 브리즈 스타일(Breez Style)의 이완식 실장과 서미경 팀장을 만났다.
<쑨>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을 타깃으로 만든 캐릭터다. 실제로도 <쑨>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여학생들이 좋아한다. 네모난 얼굴로 우아를 떠는 감성 소녀 <쑨>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처음에는 고양이었는데, 얼굴이 동그라미가 됐다가 다시 네모가 됐습니다. 점점 발전해오다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집에서 6년째 기르고 있는 고양이 이름이 '순이'에요. 오랜 시간을 함께 있다 보니 짧고, 쉽고, 친근하게 <쑨>이라고 불렀지요. 캐릭터 이름을 정하다가 다른 이름을 마땅하게 짓지 못해 그냥 <쑨>이라고 지었어요. <쑨>."
<쑨>에 대한 구상은 오래전 일이다. 그러나 <쑨> 구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2005년도 말. 처음에는 '폴리머 크레이'로 모형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한 컷짜리 일러스트를 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일일이 만들 수 없어, 요즘은 <쑨>과 <피피> 자매의 에피소드를 주제로 한 만화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서미경 팀장은 "이번 주에는 이런 내용으로 해야겠다고 먼저 주제를 정한 뒤 아이디어를 잡고 그림을 그린다"면서 "<쑨>과 <피피> 자매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주제로 한다"고 말했다. 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면서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이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완식 실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남매여서 잘 모르는데, 자매들끼리는 재밌는 일이 많다고 해요. 언니 옷 빌려 입고 나갔다가 옷이 늘어나 얻어맞기도 한다던데요. 저는 우리 일상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교훈보다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쑨>이 편안한 친구처럼 기억되길 바라요."
이완식 실장과 서미경 팀장의 얘기처럼 <쑨>과 <피피>, 그리고 브리즈 스타일이 우리 곁에 영원한 친구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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