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양대원 화가 - 푸른 섬 이야기

이동권 2022. 9. 14. 20:11

양대원 화가 ⓒ정택용


양대원 화가의 '푸른 섬 이야기' 전 열리는 사비나미술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작품은 강렬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참 특이하다'는 느낌이 먼저였는데, 막상 눈앞에서 실제 작품과 맞닥뜨리니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빈틈없는 여백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천연색 기운, 간결한 선과 구성, 세심한 붓터치로 동글동글하게 그린 인물들은 디자인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한지에 황톳빛 물을 들이고 천을 덧대어 만든 캔버스는 오랜 노동의 흔적이 느껴져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첫 개인전의 주제는 섬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순박했죠.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살다 보니까 세상이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푸르다'라는 단어는 희망이 넘치는 세계를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이나 절망을 뜻하기도 합니다.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저는 '푸르다'라는 의미를 '독(Poison)'으로 규정했습니다. 또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은 섬과 같습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작은 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뜻이 하나로 모여 '푸른 섬'이 됐습니다. 다시 말하면 '푸른 섬'은 '독과 같은 세상'인 거죠. 독과 같은 세상을 내가 가진 조형의 언어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었습니다. 동창회에서 돈이 있는 친구가 술자리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어찌 보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힘의 논리'가 아니겠습니까."

양대원 화가의 그림에는 원색이 많다. 취향 탓일 수도 있지만 분명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처음 제 작품은 온통 황토색이었습니다. 알아보기조차 힘든 그림이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생각들을 더욱 구체화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관람객들이 한 작품에 서 있는 시간이 보통 1~2초 정도인데, 더 잡아놓고 싶은 거죠. 그림은 전시장에 나오면 공공화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느끼게끔 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회화적인 이미지보다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서 사람들과의 밀접한 소통을 꿈꾸는 간절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자는 당부를 남겼다.

"옆사람을 바라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봐주고, 아닐 때는 아니라고 얘기도 해주고요.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시끄럽다, 길이 막힌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무조건 거부한다거나 욕할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러면 모두 이해가 되고 삶을 공유할 수 있을 겁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각자 산을 올라가더라도 가끔 비탈길을 올라갈 때 별일 없는지 뒤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