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조상을 모시고 정을 나눈다. 그동안 안부전화 한 번 걸지 못한 채 바쁘게 지내왔던 일상도 반성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고단한 내일을 희망으로 변용하는 지혜를 배운다. 또 맛있는 음식도 먹는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다양하고 풍성한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한 해 농사의 힘듦을 잊었고, 술과 음식을 내놓고 함께 나눠 먹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왔다.
특히 추석에는 송편과 밤단자, 인절미 같은 음식을 주로 먹었다. 송편이나 인절미는 잘 알려져 있지만, 밤단자는 만드는 방법이 번거롭기 때문에 가정에서 흔하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또 학창 시절에 읽었던 '농가월령가'에도 나왔듯이 박나물과 토란국도 추석에 즐겨먹던 음식이었다.
밤단자는 추석 때 차례상에 올리고 겨울철 다과상에 내던 고급 떡이다. 찹쌀가루를 쪄서 오래 치댄 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크기로 끊어낸 다음, 밤을 삶아 체에 내려 가루로 만들고 꿀로 반죽해 떡에 묻혀 치면 밤단자가 된다. 단자는 인절미와 비슷하지만 찹쌀을 가루로 찌는 점이 다르다. 또 경단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만드는 법이 다르며, 묻히는 고물과 안에 넣는 소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밤단자는 밤고물을 묻힌 단자다. 대추를 묻히면 대추단자, 유자를 묻히면 유자단자가 되며 각양각색으로 멋지게 연출할 수 있는 음식이다.
박나물은 박으로 만든 나물 요리로 포채라고도 불린다. 박이 굳기 전에 껍질을 벗기고 속을 긁어낸 뒤 나머지 부분을 채 썰거나 얇게 저며 끓는 물에 데친다. 따로 쇠고기는 곱게 다져 갖은양념을 하고 데친 박과 함께 볶는다. 그릇에 담아낼 때는 깨소금을 살짝 얹어내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토란국은 1년에 1~2번 먹는 귀한 음식으로 인, 염분, 칼슘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가가 높다. 토란 껍질을 벗겨 물에 씻은 다음 큰 것은 반으로 썰고 작은 것은 그대로 끓는 물에 데쳐 낸다. 이때 토란 물이 손에 묻으면 가려우니 조심해야 한다. 쇠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납작하게 썰고 양념 한 뒤 냄비에 넣고 볶는다. 그다음 들깨 간 물을 넉넉히 붓고 다시마와 파 등을 넣어 끓인다. 토란이 잘 익으면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그릇에 담아낼 때는 지단을 부쳐 위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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