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사람이 굵은 밧줄에 묶여 공중에 매달려 있다. 통조림 안에서 절여져 있거나, 포장용지 안에서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거나, 산소조차 남아있지 않는 병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신음하고 있다. 또 식육점의 고기처럼 갈고리에 걸려 있거나, 사탕이 되어 벌레에게 갉아 먹히거나, 쇠똥구리의 장난감이 되거나, 실지렁이 소굴에 갇혀 사색에 잠겨 있다.
이동욱 조각가는 기이하고 괴상한 이미지도 만들어낸다. 머리가 두 개 달린 기형 생명체,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변종의 인물, 거기에다 특정한 상품광고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을 인체와 결합해 작품을 만든다.
그는 왜 이런 흉측한 조형물을 만드는 것일까? 언짢고, 불쾌하고, 치가 떨리고, 어찌 보면 부패하고 쉰 음식처럼 자연스럽게 이맛살부터 찡그리게 만드는 이런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아마도 냉정하고 참혹한 이 세상이 만들어내는 비탄과 슬픔을 낱낱이 고발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쉬쉬하고 은폐하면서, 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묵인하고 외면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사의 비밀을 들려주기 위해서.
이동욱 조각가는 발가벗겨진 연홍색의 작은 인체와 다양한 오브제로 '인간 본연의 정서 찾기'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담아왔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조형물로 삶의 비애와 애증을 표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앓는 소리가 나며, 목을 비트는 질식의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있는 민중의 고난사가 흐른다.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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