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경 송계일 작가는 기존의 보수적인 화풍에 새로운 실험을 계속 시도하면서 독자적인 회화성을 창출했다. 뿐만 아니라 백양회 최고상과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던 화력에 비해 소박하고 수수한 성품을 가졌고, 틈만 나면 북과 장구를 두드리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는데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업적을 평가하는데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송계일 작가는 고전적인 산수화의 정형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를 변형하면서 현대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산수화의 영역에서 볼 때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고, 결국 산수의 개념마저 바꿔버리는 '산수화의 혁명'을 이뤄냈다.
송 작가는 가까운 풍경을 거침없이 확대해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여기에 아교와 분무기, 평붓으로 먹의 번짐을 조절하면서 정교한 여백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깊은 공간감과 힘이 넘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동양화계에서는 이를 '발묵효과'라고 하는데 자연스러운 먹의 농담으로 사람을 홀린다는 뜻이다. 이런 발묵의 깊이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화가가 바로 송계일 작가다.
아울러 산수화에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를 가미해 회화성을 높였다. 산수화의 조형성을 강화하는 대신 산수화가 가지고 있는 대상성을 지워나가면서 자연스러운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는 조형적인 형태의 이미지들을 삽입했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형태에 색채를 그려 넣으며 자신만의 회화성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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