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덕 화가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진지하게 해부한다. 일상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사건들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비틀어 표현한다. 그는 내가 2009년 낸 책 '밥줄이야기'의 표지 그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화가의 작품은 거실에 걸어두는 풍경화와 달리 가볍지 않다. 그는 직설적이고 거칠게 현실에 개입한다.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무덤덤하게 리얼리티를 살리지만 구성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자연스레 그림 속을 살펴보게 만든다.
에리히 프롬은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기술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갈림길에 섰을 때 깨어나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인생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와도 그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흥덕 화가의 작품도 똑같이 말한다. 생각하고, 깨어나고, 실천하라고.
'이야기 > 미술과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 - 노동과 기술, 열정의 융합 (0) | 2022.09.10 |
---|---|
이동욱 - 인간의 고독과 비애 (0) | 2022.09.09 |
전국광 - 덩어리와 그 내면의 형태 (0) | 2022.09.05 |
송계일 - 산수화의 혁명가 (0) | 2022.09.02 |
앨리슨 래터(Alison Lapper) - 미와 육체적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0) | 202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