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최병수' 씨의 삶과 예술을 담은 책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의 저자 '목수 김진송' 씨를 축령산 자락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목수는 나무를 깎아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지어 돈을 버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그는 '목수' 맞다. 나무를 멋들어지게 자르고, 손질해서 전시회를 열고 생활비를 버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영락없이 미술인이다. 뿐만 아니라 화가 최병수와 민중미술의 총체적인 문제들을 연관시켜 말로 풀어내는 솜씨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목수'와는 다른 이미지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여전히 자신은 '목수'라고 강조한다.
실제 김진송 씨는 목수 이전에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평론을 했던 사람이다. 또 대기업에서 일했고 미술잡지 기자로도 활동했다.
내가 서두부터 미술인으로 활동하다 돌연 목수가 된 그의 과거를 짚어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목수'라고 우기는 그가 하루하루 나무 깎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마당에 올해 벌써 3권의 책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장미와 씨날코>,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에 이어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를 써냈다.
김진송 씨는 "책은 써봤자 돈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목수일로 돈을 버니 내 직업은 목수가 아니냐"고 강짜를 부렸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듣지 않느냐"고 말하 그는 "그렇지는 않다"고 웃어버린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 이유는 막바지에 조금씩 드러났다. 15년 넘게 최병수 화백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 그는 "최병수 화백이 주저함 없이 실천적인 삶을 살 때 자신은 '먹물 지식인'으로서 삶에 회의가 들었다"면서 먼 하늘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송 씨는 독자의 말을 예로 들어 민중미술의 허울에 대해 꼬집었다.
"어떤 독자가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를 보고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은 최병수 씨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민중의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어 대형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림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예술가들이 민중미술가라고 봐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최병수 화백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위해서 싸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80년대의 민중미술가는 화가 최병수밖에 없습니다. 민중미술인들은 민중을 등에 업고 사회적 명망을 얻었으며 자본으로 환원했습니다. 백만 가져가도 되는데 천을 넘게 가져갔지요. 그런 데에서 민중미술은 없습니다. 개인의 이득과 자본으로 지나치게 환원된 것에서는요. 민중미술이라는 게 뭡니까? 철저하게 '현장'에서 미술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민중미술을 한다면서 전시회를 열고 판매 유통시켜 돈을 벌었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따른 것에 불과합니다. 민중이 그림의 소재와 아이템이 된 것뿐."
김진송 씨는 기자생활을 할 때부터 15년 이상 화가 최병수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그는 자기 자신조차 챙기지 못하고 현장에 매달려온 최병수를 보면서 분노했고,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고 최병수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책이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하는 화가 최병수를 바로 앞에서 낙담을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화가 최병수는 이 사회를 잘 모른다는 것.
"문화계에서는 최병수보다 저의 인지도가 높습니다. 화가 최병수가 더욱 훌륭한 사람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제가 더 많이 알려져 있죠. 저는 책이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 일반인들은 당신이 누군지 잘 모른다고 낙담을 시켰습니다. 최병수는 자신은 운동판에서 다 아는 사람이니까 매우 유명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썼습니다. 화가 최병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섭니다. 화가 최병수의 접근방식이 나이브(naive)하고 직선적인 면이 있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면도 있습니다. 그가 지닌 가치보다 사회의 반응이 냉담합니다. 도덕적 정당성이 권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서 화가 최병수는 갈등했습니다. 이런 화가들은 꼴도 보기 싫어했죠. 한 번은 평택으로 몰려들었던 예술인들을 보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평택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막바지에 이르러 사회의 관심을 끌게 되니 찾아온다는 것이죠. 이런 성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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