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송일곤 감독 -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

이동권 2022. 9. 1. 22:14

송일곤 감독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다지 특별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이야기들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다. 때문에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은 삶을 지탱하는 '식량'이 되고 '사랑'이 된다. 때론 시시콜콜한 대화의 소재가 되거나 마음을 자근자근 울려오는 눈물이 되기도 하고.

그러나 송일곤 감독은 영화 '마법사들'을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기억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는 것. 지루한 일상에서 건져낸 회상의 덩어리들과 머릿속에서 회상되는 추억들을 가지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와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한다.

"누구나 기억 속에 묻어둔 사랑이 있습니다. 일상에 찌들어 그 시간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돌이켜보면 사랑과 열정이 우리의 가슴을 뒤흔들었던 그 시간들은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마법사들'. 제목만 들으면 각혈을 토해내는 헐리우드 액션 영화나 배신으로 얼룩진 SF 판타지 영화가 생각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잔잔하고 아스라한 추억, 몽환적인 영상,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가득하다.

송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기타를 배웠다고 한다. 80년대 중반에는 누구나 밴드를 결성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자신은 재능이 없어 일 년 정도 기타와 음악에 미쳐있다가 포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영화 '마법사들'은 출발한 듯싶었다.

"인디 밴드 마법사들(The Magicians)의 멤버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음악으로 청춘을 보내면서 마법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으로 밴드가 해체되죠. 이들은 음악 활동을 그만두면서 마법의 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친구의 기일. 밴드 멤버들은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며 강원도에 있는 한 카페에 모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잃어버린 마법의 힘을 찾고자 연주를 다시 시작합니다. 친구가 죽은 지 3년 만에 처음으로요. 한마디로 '마법사들'은 음악을 하면서 청춘을 보냈던 인디밴드의 추억들을 현재로 재현한 영화입니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 '마법사들'은 제 58회 로카르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과 제6회 도쿄 필름이엑스(Tokyo FILMeX ) 공식 경쟁부문 초청됐으며, 국내에서는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 3색 지원작과 개막작,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10년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송 감독은 2012년 영화 '시간의 숲' 이후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후학 양성을 위해 영화 연출을 교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