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업적인 독립영화, 실험영화 등을 발굴하고 지지하는 국제영화제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재능 있고 참신한 작품을 발굴하고 영화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는 정수완 프로그래머를 만나 전주국제영화제만의 특색에 대해 들어보았다.
프로그래머는 관객들에게 보여줄 영화를 고르고, 가져와 묶어내는 사람이다. 왜 이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기획해서 영화가 상영되도록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입니다. 여기서 비주류는 '재미'와 '돈'을 추구하지 않는 비상업적인 영화를 말합니다. 관객들에게 소개되지 않았지만, 좋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예산이 없어 힘들게 만들어진 독립영화나 실험영화가 많죠. 자기 색깔과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한 영화들입니다. 이런 영화들을 중심으로 상영하는 영화제가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입니다. 맛과 예의 고장 전주에 들려 부담 없이 음식 맛도 보고 영화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에서 운 좋게 영화감독이나 배우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 중에서 가장 먼저 테이프를 자른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더욱 진보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마니아, 일반인, 학생들 모두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합니다."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영화는 무엇일까?
그녀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 '노동자의 죽음'"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의 죽음'은 제3세계 노동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첫 오프닝과 함께 삽입된 흑백 필름은 구 소련의 노동영웅 알렉세이 스타하노프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는 에피소드 '사자들'은 도살장을 통해 끊임없이 계속되는 노동과 죽음의 순환을 비유했다.
우크라이나 탄광 노동자들은 8시간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바닥에 누워 일한다. 피냄새가 진동하는 나이지리아 도살장에는 매일 350마리의 가축이 도살당하고 인도네시아의 유황 채취자는 70~150kg의 유황을 나르기 위해 가파른 언덕을 넘는다. 그리고...
이 영화는 노동자들이 겪는 위험을 함께하며 생생한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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