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를 꼽으라면 단연 아니쉬 카푸어다. 그는 미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현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니쉬 카푸어는 존재와 부재, 유(有)와 무(無), 실체와 비실체, 장소와 비장소성 등 형이상학적인 양극화에 중심을 두고 작품을 만든다. 인간의 삶과 현실성을 한 차원 뛰어넘어 생명과 자연인으로서의 본질에 주목하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그가 만들어낸 반사적인 이미지와 원형적인 구도는 치열하게 삶을 되돌아보며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도도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는 순환의 인생사를 추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작품 재료는 브론즈, 돌, 석판, 유리섬유 등 다양하다. 합성수지로 투명성을 높이거나 설화석고로 반짝임을 극대화하기도 하며, 스테인리스나 스틸 같은 금속을 통해 반사 이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상을 만들기도 한다.
아니쉬 카푸어는 재료의 속성을 이용해 빛과 형태의 일그러짐이나 착시현상을 이미지화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숨김없이 까발린다. 때론 함몰시키고, 때론 돌출시키고, 때론 구멍을 파내거나 흉터를 남기면서 인간사의 비애와 자본의 흉측함을 고발한다.
다시 말하면 반사 이미지로 눈에 익은 물체나 공간을 매우 낯설게 창조하면서 인간 사회의 끔찍한 자화상을 스스로 보게 한다. 거울처럼 반사하는 매끄러운 표면과 빛의 농담을 통해 일그러진 자본과 인간 군상의 표피를 아름답지만 잔혹하게 벗겨낸다.
아니쉬 카푸어는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프레미오 2000’을 수상하고 이듬해에는 '터너상'을 받았다. 엑스포 세빌(Expo Seville)의 의뢰로 거대한 건축 작품 'Building for Void' 등도 제작했다. 2003년에는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그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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